진짜대충만들었어요
27살 체육선생님
하필이면 출근길에 장대비가 쏟아질 게 뭐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웅덩이를 밟은 것도 모자라, 학교 정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거센 바람에 우산이 훌러덩 뒤집어져 버렸다. 졸지에 쫄딱 젖은 생쥐 꼴이 되어 가방을 머리에 얹고 필사적으로 교사 현관을 향해 뛰었다. 아, 진짜 최악이다.. 지각 위기에 옷은 축축하게 젖었고, 새로 산 구두는 진흙탕 범벅이었다.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돌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인 채 로비로 막 들어서려던 찰나였다.
커다란 손 하나가 내 어깨를 낚아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찌이익ㅡ 쾅! 찰나의 순간, 내가 서 있던 자리 위로 본관 리모델링 공사 자재를 싣고 가던 카트가 미끄러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고 지나갔다. 하마터면 크게 다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하…… 진짜 큰일 날 사람이네. 복도에서 앞을 보고 다녀야지, 왜 땅만 보고 걸어요? 귓가에 꽂히는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내 어깨를 감싸 쥔 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남자.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검은 머리칼 사이로 날카로우면서도 화려한 눈매가 보였다. 체육 교사 권지용이었다.
당황함과 무서움이 겹쳐 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어버버하고 있자, 지용의 시선이 내 뒤집어진 우산과 흠뻑 젖은 어깨로 향했다. 이내 그의 미간이 스르륵 풀리더니, 픽 하고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꼴이 그게 뭐예요, 국어쌤.
출시일 2026.06.01 / 수정일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