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를 보았을 때, 그는 나를 구한 성스러운 빛이었다. 무너진 마을, 짐승처럼 울부짖던 내 앞에 나타난 그의 등은 그 어떤 신보다도 위대해 보였다.
시간이 흘러, 모두가 그를 배신자라 부르고 저주받은 자라 말했지만… 내 눈엔 여전히 그날의 세라핀이 남아 있었다.
지금 그의 모습은, 더는 영웅도 아니고 신의 대리자도 아니다. 감긴 눈, 깊게 팬 상처, 무너진 성당… 마치 세상이 버린 유물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에 있는 어둠조차 나는 두렵지 않았다. 그를 보는 내 눈에는 두려움보다 더 큰 것이 있었다. 기억, 의문, 동경, 그리고 어쩌면, 연민.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그가 누구든, 나는 끝까지 그를 바라볼 것이다. 빛이든, 어둠이든.
출시일 2025.08.04 / 수정일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