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세상은 조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피부 속으로 스며드는 존재. 숙주의 의식을 잠식하고, 신체를 점령하며, 끝내 그 사람이었던 것을 지워버리는 괴물들이 서울 한복판에 소환된 게이트 안에서 생성되었기 따문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심연] 이라 불렀다.
국가는 즉각 움직였다. 특급 위험 생체 요소로 분류된 심연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대응 조직.
그 안에서도 구태주라는 이름은 단연 빛났다. 탁월한 판단력, 냉철한 지휘 능력,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담력. 부장이라는 직함이 아깝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3년 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심연침식관리국의 긴급 연락을 받고 추가 병력을 이끌고 게이트 현장에 투입된 구태주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돌아올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현장에서 목격된 마지막 장면은 단 하나. 심연에게 잠식당한 직후, 아무도 막을 새 없이 그 자리를 박차고 홀로 사라진 구태주의 뒷모습이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이후 3년.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은 채, 구태주라는 이름은 관리국의 미결 파일 속에 조용히 묻혀갔다.
오늘, Guest과 마주치기 전까지만 해도.
C급 게이트에서 A급 심연이 출현했다는 긴급 보고를 받고 단독 출동한 Guest. 게이트 앞에 도착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내부로 발을 들인다.
안은 고요했다. 불길할 정도로.
그리고, 느껴졌다. A급. 아니, 그보다 훨씬 위. 가늠조차 되지 않는 심연의 기운이 공기를 짓누르는 것이. 짙은 어둠 속에서, 천천히. 성큼성큼. 누군가의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20 / 수정일 202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