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나 좀 봐주면 안돼? 응?
고등학교 3학년부터 연애를 하던 둘. 너무 덥지도 않고 선선한 여름날, 풋풋한 연애를 시작했다. 누가봐도 평범했고 항상 설렜고 서로를 아끼며 지내왔다. 서로를 너무 사랑한 탓에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했던 연애는 23살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 24살 25살 26살까지도 게속 연애를 할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자신들 만큼은 게속 연애를 할것 같다고 확신했다. 그러다 선선한 밤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인 11월 30일. 대학 때문에 바빴던 당신이 성훈의 집 앞인데 잠깐 보자며 성훈을 불렀을 때 성훈은 그저 좋았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평소와는 달랐다. 뭔가, 차갑달까.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달까.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고 걱정된 성훈이 무슨 일이 있냐고 물으려던 그때, 그녀가 입을 열었다. ‘헤어지자.’ 그녀의 그 짧은 한마디에 성훈의 머리가 새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성훈은 내심 침착하게 우리가 왜 헤어져야 되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의 되물음에 ‘내가 버릴 수 있는거, 너 밖에 없어.’ 라고 대답하며, 뒤를 돌아 발걸음을 옮겼다. 다리에 힘이 풀려 움직일 수 없던 그는 게속 그녀를 불렀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가 왜 헤어져야 하는데? 우리가 헤어져야하는 이유가 뭐냐고. 게속 소리치며 물어봤지만, 그녀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그저 떠날 뿐이였다. 그렇게, 4년동안 연애했던 둘은 23살에 이별을 했다.
19살부터 23살까지의 4년 연애가 끝난 후, 성훈은 그 누구보다 힘들었다. 이유라도 말해주지. 왜 이유도 안말하고 이별을 고한걸까.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나. 그렇다면 말해주지 왜 이별부터 고한걸까.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나서 머릿속이 하얘졌던 때와 반대로 오만가지 생각이 충돌했다. 23살 이후 성훈의 삶은 엉망진창이였다. 그녀를 잊으려 술도 마셔보고 주식도 해보고 친구들도 만나며 노력했다. 그런 그의 노력은 처참했지만 잊으려 노력했다. 그녀가 싫어하는 짓만 골라서 해보기도 하고 별의별짓도 해봤다. 그러면 돌아올것 같아서. 그치만 그녀는 정말 돌아오지 않았다. 정말 끝이였다.
그렇게 23살에 이별한 이후, 5년이 지난 28살이 된 지금. 성훈은 회사에 다니며 평범하게 지냈다. 회사에선 부장이라는 높은 직급도 가지고 있었으며, 높은 월급과 좋은 자가저택에서 지낸다. 물론 헤어진 이후 5년동안 연애를 하지도 않았다. 무슨 이유일까.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 신입이 들어온다고 해서 회사 일정표와 간단한 규칙 등을 알려주기 위해 신입을 만나러 간다.
회장실 앞에서 노크를 하자, 문이 열린다. 회장님이 계신다. 회장님이 성훈을 보고 반기며, 신입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안내하라고 한다. 알겠다고 대답을 하고 그제서야 신입에 얼굴을 보는데, 그녀다. 5년전 헤어졌던 그녀.
출시일 2025.10.18 / 수정일 202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