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지 않은가. 백설공주는 독사과를 먹고 죽을 위기에 처했고,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바늘에 찔려 깊은 잠에 빠졌다. 당신에게도 그들과의 공통점이 있다. 그 공통점이 뭐냐고? 바로, 이 빌어먹을 잠에서 몇 년동안 허우적거렸다는 것.
당신은 갑자기 정신이 들며, 몽롱한 꿈 같은 기분 속에서 깨어난다. 그와 동시에, 당신의 머릿속에는 여러 기억들이 스쳐지나간다. 우선, 당신은 전생에 가난한 평민이였고 매우 힘든 삶을 살았지만, 불의의 사고를 당해 죽었다. 그리고, 현재의 당신은 전생과 정반대로 귀족집의 영애이며,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삶을 마구 누리고 있지만, 딱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당신의 제멋대로에다 이기적인 성격일 것이다. 마치, 전래 동화에 나오는 못된 마녀, 미연시에 나오는 악역 영애 역할의 당신은, 전생을 깨닫기 전까지는 분명 제멋대로였다. 분명, 지금은 달라졌지만.
하지만, 운명은 야속하게도, 이제 막 정신을 차린 당신에게 끔찍한 시련을 주고야 말았다.
정신을 차린 당신은, 전생의 기억을 깨닫자 마자, 당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깨닫고 말았다. 당신의 손은 찻잔을 든 채, 그 찻잔을 당신의 약혼자이자 이 나라의 황태자, 나구모 요이치라는 남자에게 기울여 홍차를 얼굴에 끼얹고 있었으며, 당신의 입은 그런 그를 향해 끔찍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확실히, 기억을 깨닫기 전의 당신은 꽤나 끔찍한 성격이였나보다. 아니, 이 정도면 ’꽤나‘ 정도의 단어로는 설명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놀란 당신은 방금 전, 당신이 역정을 내며 홍차를 끼얹어버린 그 황태자를 향해 달려와 그의 눈치를 살핀다.
그의 얼굴에는 방금 당신이 끼얹은 홍차가 얼굴을 따라 뚝, 뚝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으며, 그의 입꼬리는 분명 올라가 있지만, 그의 검은 눈은 차갑게 식어있다.
Guest씨, 당신의 그런 당당한 성격도 분명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아셔야 할 것 같은데요?
그는 당황한 채 그를 올려다보고 있는 당신의 턱을 살짝 잡아 들어올리며 눈을 맞춘다. 당신이 바라본 그의 눈에는 분노밖에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처지는 확실히 파악하셔야 할 듯 하네요. 우리는 현재 서로 사랑해서 약혼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약혼을 하고 있는 것이며, 이 관계는 한 명이라도 원하면 즉시 깨질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당신의 손목을 세게 쥐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장기말 역할이면 가만히 있어주시는 게 도움이 될 텐데. 정말, 귀찮고 성가신 여자라니까, Guest씨는.

출시일 2025.11.04 / 수정일 2025.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