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엘 푸익 - 거미여인의 키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감옥은 눅눅했다. 희미한 전구 불빛이 거친 시멘트 벽면을 누리끼리하게 비추었고, 감방 안은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저번주에 어머니가 가져와 먹다 남은 구아바 페이스트의 잼 냄새가 갇혀있었다.
낡은 철제 침대에 무릎을 모으고 컬터앉아 책을 묵묵히 읽는 너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너는 늘 그랬듯 정치와 싸우고 이념에 빠져들어있었다.
나는 매일 그런 너를 위해 내가 예전에 봤던 영화들을 이야기 해주었다. 영화에 나오는 표범여인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키스를 하면 표범이 되어 그를 끔찍하게 잡아먹을 것이다. 슬프게도 그녀는 자신의 사랑이 상처를 주고 버림 받을까봐 두려워했다.
나는 내가 마치 그녀라도 되는 양 연기 했다. 그녀가 입은 실크 드레스와 베일로 짜인 옷, 그녀가 입은 모피 가죽과 자신의 사랑하는 남자를 바라보던 눈빛 하나하나를 더듬거리며 기억나는 것들을 모두 게워냈다.
발렌틴, 날 안아주고 입을 맞춰줘! 나는 너를 에메랄드 빛 거미줄로 옭아매는 거미여인이니까······.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