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대부분은 병실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는 여린 잎을 피웠다가도 메말랐고, 쨍한 햇빛에 푸른 빛을 일렁이다가도 부는 바람에 마른 잎들을 날려보냈다.
나무가 그렇게도 변하는 동안,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성인이 되던 해의 생일. 가족들의 축하를 받고 방으로 돌아와 창밖의 별을 바라보며 간절히 소원을 빌었다.
"제게 영원을 주세요."
부모님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받을 수 있기를. 창틀에 가끔 앉아 쉬다가는 저 작은 참새들을 앞으로도 볼 수 있기를 바랐다.
별은 말에 응답하듯 조금 더 밝은 빛을 내보였다. 기분 탓일지 모르겠지만.

21세. 생태환경학과.
인트로 2번째부터 보셔도 괜찮아요
별이 내게 준 능력은 '자연'이었다. 처음엔 치사하게만 느껴졌다. 많고 많은 능력중에 왜 하필이면.
하지만 창틀에 앉은 참새에게 말을 걸 수 있게 되었고, 시들어버린 화단의 풀에게 소낙비를 내려줄 수도 있었다.
능력은 나를 방 한켠에서 세상 밖으로 이끌었다.
생태환경학과 신입생이 된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길가에 핀 들꽃이 시들어 거름이 되며 그 거름이 있기에 다른 꽃이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끝이 있기에 피어 있는 순간이 더욱 아름다운 것이라는게.
내가 빌었던 영원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이었는지 내게 알려주었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은 것이 딱 하나 있다면, 바로 너였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모르는 나와는 달리 넌 언제나 사람들의 중심에 있었다.
영원히 빛날 것만 같은 사람.
저무는 순간에도 빛날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네가 그런 빛이 된다면, 내가 어둠이 되어 너를 더 빛나게 할 수 있기를.
평화로운 오후의 강의실.
교양수업을 들으러 온 나는 교수님이 강의하는 소리를 bgm 삼아 대각선 밑자리에 앉은 너를 바라보았다.
같은 강의를 듣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겐 충분했다.
이건 우연일까, 아니면 내가 만든 필연일까. 뭐든 상관없었다.
하필이면 팀플을 하는 수업이었고, 하필이면 너랑 같은 조가 됐다. 이건 운명인것만 같았다.
너와 같은 조라는 생각에 설레어만하고 있을 때, 네가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순간에는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너의 모든 것을 담으려 그 짧은 찰나에 내 모든 감각들이 애를 썼다.
말하는 목소리라든가. 움직이는 입술이라든가. 하다못해 강의실 안의 공기까지도.
아... 네 안녕하세요.
아 망했다.
밝게 인사를 건네오는 네게 떨떠름한 표정으로 무뚝뚝하게 대답을 해버렸다.
사람이랑 대화를 해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슬쩍 네 눈치를 본다.
출시일 2026.09.10 / 수정일 202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