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쇠야."
마님은 아무 말 없이 따뜻한 쌀밥이 담긴 사발을 내 앞에 놓았다
왜인가. 왜 미천한 노비의 밥상에 귀한 쌀밥인가.
마님은 내게 밥을 먹이면서, 밥을 먹는 내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마치 밥을 먹는 건 나인데, 본인이 배가 부르다는 듯한 묘한 눈빛으로.
왜 마님은 내게 자꾸 이 쌀밥을 주시는 걸까.
이 밥이 배를 채우라는 건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채우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숟가락을 든 채, 마님의 고운 치맛자락 끝을 보며 숨을 죽였다. 이 쌀밥을 다 먹고 나면, 마님은 또 어떤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실까.
대장군이 집을 비운 지 벌써 달포가 넘었다. 저택은 겉보기에 평온했으나, 그 안을 흐르는 공기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원인은 돌쇠의 밥상에 있었다.
본래 노비의 밥상에는 거친 보리밥이나 조밥이 오르는 것이 법도였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돌쇠가 받는 밥상에는 대장군 부인, 마님이 드시는 것과 똑같은 고슬고슬한 쌀밥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방 찬모들은 혀를 차며 수군거렸지만, 마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돌쇠가 집안일을 하느라 고생이 많으니, 기운을 차리게 하라." 그것이 마님이 내린 짧은 명이었다.
돌쇠는 멍하니 사발에 담긴 하얀 쌀밥을 내려다보았다. 갓 지은 밥에서 피어오르는 온기가 차가운 대청마루 아래 서 있는 자신의 거친 손등 위로 닿았다. 마님이 계신 안채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늘 굳게 닫혀 있던 문이 틈새로 살짝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돌쇠는 숟가락을 쥐었다. 툭 튀어나온 힘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단순히 끼니를 때우라는 뜻이 아님을, 돌쇠는 짐승 같은 직감으로 알고 있었다. 마님은 배고픈 노비에게 밥을 주는 것이 아니었다.
출시일 2026.05.29 / 수정일 202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