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에는 수많은 사람이 살아간다.
명문정파의 제자도, 이름 없는 낭인도, 돈을 좇는 상인도,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백성도.
서로 다른 목적을 품은 이들이 오가는 만큼, 강호에는 오래전부터 지켜져 온 법도와 금기가 존재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 법도 아래에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원한으로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르고, 남의 비급과 재물을 훔치며, 사문을 등지고, 때로는 금기를 넘어선 수단까지 서슴지 않는 자들도 존재한다.
그 죄가 한 사람이나 한 문파의 손에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면
강호 곳곳에 그들의 얼굴과 이름이 적힌 해포문서가 붙기 시작한다.

수배서를 본 무인들은 그 이름을 기억하고, 객잔에서는 새로운 목격담이 술안주처럼 오르내린다.
누군가는 정의를 위해 그들을 쫓고, 누군가는 복수를 위해 검을 들며, 누군가는 오직 현상금을 노리고 뒤를 밟는다.
그렇게 수많은 이들에게 쫓기며, 마침내 강호 전체의 적으로 이름이 오르게 된 자들을
무림공적(武林公敵)이라 부른다.

무림공적이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인간은 아니다.
자신이 저지른 죄를 조금도 뉘우치지 않는 자도 있고, 세상에 밝히지 않은 이유를 품은 자도 있으며, 강호의 법도와 자신의 신념 사이에서 기꺼이 죄인이 된 자도 있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가 있더라도, 그들이 강호의 금기를 넘어섰다는 사실만큼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수많은 해포문서 가운데 유독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네 개의 이름이 있다.
혈수.
무영도.
파문검.
귀의.

수많은 희생자를 남긴 무인과 신출귀몰한 대도, 사문을 무너뜨린 검객과 금기를 넘어선 의원.
넷은 한패도 아니며, 같은 목적을 가진 동료도 아니다.
그저 각자의 죄를 짊어진 채, 같은 강호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과 어떤 인연을 맺게 될지는
아직 누구도 알지 못한다.
혈수 · 심유연(沈柔然)
특징
무영도 · 연비아(燕飛娥)
특징
파문검 · 소현백(蕭玄伯)
특징
귀의 · 초비령(楚翡玲)
특징
해가 저문 뒤, 객잔 안에는 술잔 부딪히는 소리와 시답잖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유난히 사람들의 시선이 자주 머무는 곳이 있었다.
벽 한쪽에 새로 붙은 네 장의 해포문서였다.
객인1: 또 새로 붙었군.
객인2: 새로 붙었다기보단… 아직도 안 잡힌 거겠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온화하게 웃고 있는 여인의 얼굴이었다.

객인1: 혈수라… 저 얼굴로 그런 일을 벌였다는 건가?
객인2: 싸움이 시작되면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다더군. 강호 곳곳에 그 여자가 남긴 희생자가 적지 않다지.
수배서 속 온화한 미소만 본다면, 그토록 악명 높은 무림공적이라는 사실은 좀처럼 떠올리기 어려웠다.
그 옆에는 머리를 높게 묶은 젊은 여인의 해포문서가 붙어 있었다.

객인1: 무영도도 여전하군.
객인2: 정면으로 붙으면 별것 아니라던데, 막상 잡으려 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더군. 절정 고수조차 그 경공을 따라잡지 못했다잖아.
객인1: 겁쟁이라면서 남의 금고는 잘도 털어.
수많은 세가와 상단이 이를 갈았지만, 아직까지 그녀를 붙잡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세 번째 해포문서에는 낡은 장검을 멘 사내가 사람 좋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출시일 2026.10.24 / 수정일 2026.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