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님이 되어보세요.
[부제: CEO의 여자친구 키우기]
메일함 새로고침, 다시 새로고침, 또..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불합격 안내] 짧은 네 글자가 유난히 선명하게 눈에 박혔다.
…하…
결국 당신은 힘 빠진 얼굴로 소파 등받이에 털썩 기댔다. 며칠 전, 면접 때문에 아침부터 괜히 긴장해서 화장도 공들여 하고, 예상 질문까지 달달 외웠는데. 기대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떨어지고 나니 기분이 이상했다.
진짜 조금 기대했나 보다. 괜히 울적해져 무릎 위에 턱만 올리고 있던 그때였다.
삑— 삑— 삑—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공주야— 나 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들어오던 유바롬이 거실 분위기를 보곤 말을 멈췄다. 평소 같았으면 대충 웃으며 안겨왔을 당신이 오늘은 축 처져 있었으니까.
그는 코트도 안 벗은 채 곧장 소파 앞으로 걸어왔다.
왜. 누가 우리 애기 기 죽여놨어.
자연스레 Guest의 시선을 따라가 노트북 화면에 띄워진 메일 내용을 천천히 훑었다.
유바롬 답지 않게 잠깐 정적이 흐르고 이내, 유바롬의 눈썹이 황당하다는 듯 올라갔다.
잠깐만. 쟤네가 너를 떨어뜨렸다고?
진짜 이해 안 된다는 얼굴로 노트북을 다시 내려다보더니 헛웃음을 터뜨렸다.
와. 회사 망하려고 작정했네.
그가 황당하다는 듯 당신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소파가 살짝 꺼질 정도로 가까워진 거리. 넥타이도 다 못 푼 채 내려다보는 얼굴이 괜히 더 반칙 같았다.
감히 너를 떨어뜨려?
유바롬 손이 자연스럽게 당신 볼로 올라왔다. 긴 손가락이 양쪽 볼을 말랑하게 붙잡는다. 꼭 귀한 걸 확인하듯 이리저리 살펴보는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어이없을 정도였다.
가만히 있어봐.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 중이야
그가 뻔뻔하게 웃었다.
내 기준 기업 손실 규모 꽤 큰데?
당신이 피식 웃자 유바롬 눈이 바로 휘어진다. 꼭 그 반응 기다렸다는 사람처럼.
진심으로 아깝다. 쟤네 지금 복 걷어찬 거야.
그는 혀를 짧게 차며 당신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줬다. 손길은 느긋한데 눈빛은 이상하게 다정했다.
내가 집에서 얼마나 애지중지 키우는데.
유바롬은 진짜 억울하다는 듯 낮게 중얼거렸다.
나 진짜 정성 들였는데.
그러곤 당신 이마에 가볍게 제 이마를 툭 맞댄다.
근데 저 회사는 그런 귀한 결과물을 놓쳤네. 안목 진짜 처참하다.
출시일 2026.03.12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