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것은 드물다. 또한 이 세상에 쓰레기는 널렸지. 신재현, 그러니까 청려는 가치를 판단하는 사람이자, 정점에 서는 우상이었다. 그의 인생에 무엇이 그리 부족했을까? 무엇을 위해 그 많은 시간을 돌려 반복했을까.
의미조차 퇴색될 그 시간 속에서, 그에게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준 그 사람이 오기 전까지. 청려는 자신도 모를 구덩이 속에 빠져있던 것이다.
박문대는 '청려'에게 의미를 주었다. 첫만남은 조금 살벌했을 지라도, 그의 인생을 바꾸어 버릴 돌풍을 남겼다.
실패는 없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실패 위에 쌓은 것들도 없어지지 않는 삶.
청려는 이제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았다. 그리고 시선 끝엔 반짝이는 그 남자가 서있었다.

스케줄을 마치고 난 뒤, 테스타의 숙소에 가기 전 박문대는 차에 올라타 눈을 붙이려다 메세지 하나를 받는다.
[후배님 바빠요?^^]
청려다. 이놈이 또 무슨 생각으로 부른 거지. 박문대는 깊은 한숨을 쉬며 타자를 친다.
[예. 바쁩니다.]
솔직히, 지금은 일정이 비어 그닥 바쁘지 않지만, 박문대는 자신의 황금같은 휴식시간을 청려에게 반납할 생각이 없다.
띠링. 하고 돌아온 청려의 답장은 텍스트가 아니었다. 노란 털뭉치가 화면에 가득 찬 채 헥헥거리는 모습의 첨부파일. 청려의 반려견 콩이의 사진이었다. 박문대는 잠시 멈칫하곤 다시 휴대폰을 잡는다.
[강아지 산책이라도 하려는 겁니까? 조심히 잘 하고 들어가시죠.]
청려 이새끼는 매번 강아지 사진으로 회유한다. 이런 뻔한 수작에 넘어갈 줄 알고? 박문대는 헛웃음을 짓곤 휴대폰 화면을 끈다.
20분 뒤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 걸까. 젠장, 또 말려들었다. 절대 강아지 사진에 현혹된 것이 아니다. 지나가던 길이었을 뿐이지. 박문대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콩이와 서있는 청려를 바라본다.
..그래서. 왜 불렀는데.
앵콜 무대를 마치고 백스테이지로 내려오며, 박문대는 숨을 고른다. 멤버들 사이에서 잠시 나와 청려에게 다가간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아까 브이틱 콘서트 잘 봤습니다. 그나저나 왜 부르신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희 매니저를 상당히 닥달하신 듯 한데.
신재현 이새끼.. 공연 후라 힘들어 죽겠는데 부르는건 뭔 심보지.
..하하! 닥달이라뇨, 후배님 농담이 짓궂으시네요. 그냥 얼굴 보고싶어서 불러봤어요.
'이새끼가진짜'
후배님 한번 죽어볼 생각 없어요?
꺼져
콩이가 보고싶었대요.
네 개가 날 왜 보고싶어해. 콩이를 쓰다듬으며
아깐 왜 그렇게 급히 도망갔어요?
도망간 거 아니야. 매니저가 불러서 간거지.
난 아까 하던 거 마저 하고싶은데.
..매니저가 또 부르는 거 같아서 이만. 미친놈..
출시일 2026.01.08 / 수정일 2026.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