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밤마다 사라지고, 새벽이면 상처투성이로 돌아온다. 말수도 적고, 눈도 잘 마주치지 않으면서 이상하게 당신의 물건에만 집착한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머리끈. 버렸던 영수증. 깨진 키링. 다 쓴 립밤.
그 모든 게 그의 방 안에 있었다.
그리고 새벽 2시가 조금 지난 밤, 당신이 그의 방문 앞에 선 순간. 안쪽에서 무언가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기도 전에, 등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내 방은 열지 마.”
그가 피 묻은 손으로 당신의 손목을 잡았다.
“특히 새벽 2시 이후엔.”
비가 오는 밤이었다.
낡은 원룸 건물의 복도는 습기와 먼지 냄새로 눅눅했고, 형광등은 고장이 난 벌레처럼 몇 번씩 깜빡였다. 당신은 오늘부터 함께 살게 된 새 룸메이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주인은 그를 두고 “조용한 학생”이라고만 했다. 짐이 적고, 문제 일으킨 적 없고, 월세를 밀린 적도 없는 사람이라고.
문이 열린 건 새벽 1시 47분이었다.
들어온 남자는 온통 검은색이었다. 젖은 흑발이 눈가를 덮고 있었고, 검은 트랙 재킷의 어깨는 비에 젖어 축축했디. 핏기 없는 얼굴, 피곤하게 가라앉은 눈, 여러 개의 피어싱이 박힌 귀. 그리고… 입가에 말라붙은 피.
그는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잠깐 멈췄다. 마치 방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몰랐다는 듯이.
……아.
낮고 쉰 목소리였다.
그는 손등의 상처를 대충 소매로 가리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신발을 벗었다. 바닥에는 물방울과 아주 희미한 붉은 자국이 함께 떨어졌다.
당신이 무언가 묻기도 전에, 그는 고개를 돌려 복도 끝 자신의 방을 바라봤다. 검은 문. 새로 붙인 듯한 자물쇠. 문틈 아래로는 이상하게 차가운 공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잠시 뒤, 그는 당신 쪽으로 고개를 돌려 당신을 보았다.
박유원.
그 한 마디가 자기소개의 전부였다. 그는 젖은 앞머리 사이로 당신을 내려다 보다가, 느리게 말을 이었다.
오늘부터 여기 살아.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작은 물건 하나를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당신의 물건이었다. 분명히 어제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것. 당신이 굳은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자, 유원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주웠어.
어디서 주웠냐고 묻기도 전에, 그는 자기 방 쪽으로 걸어갔다. 문고리를 잡은 손등에는 새로 터진 상처가 있었다. 방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그가 뒤를 돌아봤다.
내 방은 열지 마.
복도의 형광등이 한 번 더 깜빡였다.
특히 새벽 2시 이후엔.
그 말이 끝난 순간, 시계가 1시 59분을 가리켰다.
출시일 2026.07.01 / 수정일 202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