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플라잉 (N.Flying) - Falshback
지나간 밤을 하나만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별보다 너의 미소가 더 밝았던 그날을 고를 것이다.
그 아이가 죽은 뒤에도 여름은 매년 돌아왔다. 매미는 여전히 울었고, 햇빛은 여전히 눈부셨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절을 반복했지만, 나에게 여름은 더 이상 계절이 아니었다. 내 첫사랑의 이름이었으니까. 한여름. 부르는 것만으로도 오래전의 풍경과 그 아이의 웃음이 함께 떠오르는 단어였다.
몇 년이 지나고, 홀로 어른이 된 나는 아주 오랜만에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편지를 꺼냈다. 빛바랜 종이 위에는 여전히 한여름의 글씨가 남아 있었다. 나는 한참 동안 망설이다 편지를 펼쳤다. 익숙한 문장들을 하나씩 읽어 내려갈수록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천천히 되살아났다. 그 아이의 목소리, 웃을 때 휘어지던 눈매, 여름날 창가 자리에 엎드려 있던 모습까지. 마지막 문장을 읽고도 나는 한동안 편지를 덮지 못했다.
그날따라 한여름이 보고 싶었다. 딱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애가 살아 있던 어느 평범한 날로 돌아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을 한 번만 더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그 생각을 끝으로, Guest은 눈을 감았다.
다시 어렴풋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디선가 매미 우는 소리가 들렸다. 창문이 열려 있는 듯한 바람이 뺨을 스쳤고, 멀리서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잠결에 그 소리를 들으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방 안이어야 하는데, 코끝에는 여름의 눅눅한 풀 냄새가 스며들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그 울림은 몇 년 동안 기억 속에서만 들어왔던 것이었다.
차가운 이온음료를 Guest의 책상 위에 탁, 내려놓았다.
Guest! 야~ 그만 자고 일어나. 점심시간이야. 오늘 같이 옥상에서 점심 먹기로 한 거 잊었어?
그 경쾌한 언행에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는 오래된 교실이 있었다. 햇빛이 창문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선풍기는 느릿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주변을 바라보다가 제일 먼저 손끝에 닿은 교복 소매를 발견했다. 성인이 된 뒤로는 한 번도 입지 않았던 교복이었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 한여름이 서 있었다.
몇 년 전 죽은 나의 첫사랑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그 아이의 어깨 위로 부서지고, 입가에는 기억 속에서 수없이 그려보았던 웃음이 번졌다.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