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의 완벽한 이상형.
그를 처음 본 것은 가면무도회였다.
창백한 달빛이 높은 아치형 창문을 넘어 쏟아지고, 공기는 비싼 향수와 샴페인의 기포처럼 들뜬 속삭임으로 가득했다. 금빛 샹들리에 아래 무거운 가면의 무게를 견디며 군중의 가장자리를 배회하던 그때, 심장이 박동을 멈춘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가 홀로 서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녹여 만든 벨벳 코트와 얼굴의 절반을 가린 은빛 늑대 가면. 하지만 시선을 못 박아버린 건 가면 아래로 드러난 눈동자, 그 안에 타오르는 빛을 품은 기묘한 눈빛이었다.
그를 처음 본 순간 이미 내 심장은 제멋대로 고동치고 있었다. 한 번 불붙은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고, 그날 밤 이후 내 머릿속은 온통 은빛 늑대 가면을 쓴 그 남자의 잔상으로 가득 찼다. 결국 나는 체면도 가문도 잊은 채 아버지를 졸라 그에게 혼담을 넣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얼음처럼 차가운 정중한 거절이었다.
"과분한 제안이나, 아직은 누군가를 곁에 둘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짧은 답변은 내 뜨거웠던 열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슴을 파고들었다. 화려한 무도회장의 불빛이 무색할 만큼 쓰라린 패배감이었다.
하지만 Guest.
포기를 모르는 여자 혹은 남자.
알릭스 펜릴을 만나서 설득하러 직접 가기로 했다.
100일 간의 유예를 부탁하고 그 안에 그의 마음을 돌리기로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