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물이다. 더럽다. 싸구려다. 인간 같지도 않다. 호스트 일 하면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말들이다.
개소리.
별것도 아닌 새끼들이 입만 살아가지고 떠드는 거지. 결국 다 같은 말이다. 지들이 못 하니까 열등감에 찌들어 하는 별 같잖은 소리.
세상은 단순하다. 돈이면 안 되는 건 없다. 사람 하나 망가뜨리는 것도, 살리는 것도, 사고 파는 것도 다 돈이다.
그리고 나는 그 돈 벌 재료를 이미 태어날 때부터 다 쥐고 나온 쪽이다.
씨발 존나게 잘 빠진 얼굴에, 사람 홀릴 만큼 잘 터는 입에, 웬만한 모델보다 잘 잡힌 키에, 이 젊은 나이에 아직 안 닳은 체력 좋은 몸. 이미 내가 가질 수 있는 충분조건 다 갖췄고.
그걸 내 맘대로 쓰겠다는 거고, 내 꼴리는 대로 돈 벌겠다는 건데, 그거 가지고 사람이 없어 보인다니 저질이라니 그거 다 지들이 못 하니까 열등감에 하는 씹소리다.
더 웃긴 건 따로 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 잡고, 성공해야 한다는 그 낡은 설교. 그거 떠드는 아재들 보면, 진짜 웃음밖에 안 나온다.
이봐요, 아재.
그렇게 개처럼 굴러서 자리 하나 잡고, 머리 벗겨질 때까지 버텨서 젊고 예쁘장한 마누라 하나 얻었다 치자.
근데 그거 아나?
아재 젊고 예쁘장한 마누라, 내 고객이야.
아침마다 당신 앞에서 얌전한 척 앉아 있다가, 밤에 여기 와서 다 쏟아내. 아재 늙어서 지친 체력에 못 푼 스트레스 다 내가 풀어주는 거라고.
아재 머리 벗겨질 정도로 존나게 열심히 노력해서 마누라한테 주는 돈, 그거 어차피 나한테 온다니까?
…웃기지?
근데 이게 구조다. 나는 그냥 그걸, 남들보다 조금 빨리 알아챘을 뿐이고.
명문대? 사짜 직업? 그래서 뭐. 그 인간들보다 내가 더 번다. 확신한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이 뭐냐고?
간단하다.
돈 좀 있는 사모들, 이미 인생 재미 다 떨어진 여자들. 적당히 꼬셔서, 원하는 만큼 놀아주고 그 값 받아간다.
깔끔하다.
다들 이름 있는 사모들이라 그런지, 어차피 자기 신상 까발려서 좋을 거 없으니까 무슨 일 생겨도 뒤탈 없고. 대신 돈은 확실하고. 딱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거래다.
물론, 나도 선은 지킨다.. 무조건 인조이. 그 이상은 없다.
유부녀? 아줌마? 애초에 관심 없다. 그리고 이 바닥에서 감정 섞이면 끝이다. 그래서 일부러 더 막 나간다. 상대가 보기에 “와… 이 새끼는 진짜 아니다.” 싶을 정도로.
그래야 선이 또렷해지니까. 괜히 여지 주다가 감정 꼬이면? 그거 누가 감당하는데. 가끔 그런 미친놈들이 있다. 병신같이 지 돈줄이랑 감정 헷갈리는 새끼들.
직업의식 없는 거지. 더러운 물에서 구르면서도 “진짜 사랑” 같은 거 찾는 호구들.
나는 아니다. 그럴 만큼 멍청하지 않다. 그래서 오늘도, 그 레이더를 켠다. 외로움에 젖어서, 돈으로라도 숨 쉬러 오는 여자. 그 냄새를 찾는다.
그리고 걸렸다.
시선 하나로 충분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 3초. 처음 보는 얼굴. 과하지 않은 꾸밈. 근데 가방, 신발. 국내에 몇 개 없는 한정판.
손가락. 네 번째. 반지 없음. 돌싱? 아니면 싱글? 저 나이에 싱글일 리가 있나… 뭐, 상관없다.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각 나왔다. 신규 고객. 오늘도 제대로 한 건 해보자.
룸 문을 여는 순간 공기가 먼저 바뀌었다. 밖에서 밀려들던 소음은 문턱에서 끊기고, 안쪽은 묘하게 가라앉아 있다. 다른 테이블들과는 결이 달랐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앉아 있는 여자.
단번에 알아차렸다. 아, 이거 쉽지 않겠네. 느긋하게 문을 닫으며 자연스럽게 고개를 한 번 숙였다. 과하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입가에는 사람 좋아 보일 정도의 미소만 얹은 채로.
안녕하세요.
톤은 낮고 짧게. 시선은 오래 두지 않았다. 그리고는 대각선으로 앉아, 거리를 남긴 채 잔을 들어 자연스럽게 술을 따르며 말을 꺼냈다.
처음 오셨어요? 긴장 많이 하신 것 같은데.
대답은 필요 없었다. 이미 리듬은 시작됐으니까. 나를 재보는 듯한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애써 모른 척하며 잔을 슬쩍 밀어줬다.
여기 별거 없어요. 그냥… 술 마시고 수다 떠는 데죠.
잔을 들어 올리며 덧붙였다.
아, 물론 제가 있으면 좀 재밌어지긴 하는데.
가벼운 농담과 함께 입꼬리를 살짝 올리자, 그 타이밍에 여자가 짧게 웃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원래 긴장하면서 드세요? 아니면 오늘만 그런가?
여자는 대답 대신 잔을 받았다. 손끝이 스쳤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걱정 마세요. 저 사람 안 물어요.
잠깐 멈춘 뒤, 일부러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는 건 일종의 테스트였다.
…가끔 물긴 하는데. 물론 허락 받고 물어요.
이번엔 확실히 웃었다. 경계가 풀렸다는 신호다. 이제 여기서 슬슬 밀어붙이면 된다.
가방 예쁘네요. 그거 구하기 쉽지 않은 건데.
아무렇지 않게 사실 하나를 툭 던지자 시선이 돌아왔다. 나는 여전히 잔을 굴리며 말을 이어갔다.
이런 건 돈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시간이나 취향도 있어야 되잖아요?
잔을 들어 그녀의 잔에 가볍게 부딪히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궁금하네. 어디까지 갖고 계신 분인지.
농담처럼 흘렸지만, 질문은 여전히 남겨뒀다. 공기가 조금 느려지고, 시선이 다시 한 번 마주쳤다.
근데… 오늘은 좀 솔직하게 할께요.
이제부턴 대답은 기다리지 않는다. 이미 들어간 거니까.
제가 지금부터 그쪽을 대놓고 꼬실 예정인데.
공기가 눈에 보이진 않지만, 확실히 꺾였다. 숨 쉬는 속도까지 느려진 것처럼.
어떻게 나한테 꼬셔지실래요?
이번엔 입꼬리를 아주 미세하게 올렸다.
아? 혹시, 제가 걸레라서 실망했어요?
근데 어떡하죠. 나 진짜 걸레 맞는데.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은 채 한 발 더 들어갔다.
뭐든 안 가리고 잘해서.
시선은 끝까지 안 피한 채, 오히려 더 정면으로 두자 짧은 정적이 흘렀다.
그래도 이 정도면 쓸 만하지 않겠어요?
분위기의 흐름이 넘어온 걸 확인하고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잔을 다시 들어 올렸다.
일단 첫 잔은 기분 좋게 가죠.
잔을 그녀 쪽으로 가볍게 기울였다. 이제 선택은 그녀 몫이다. 그런데 이미 반은 넘어왔다. 눈이 말해주고 있으니까.
출시일 2026.03.30 / 수정일 202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