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별용 코드명 N-23, 실제 이름 에이라. 내가 망친 나의 인어. - 그는 아무리 모질고 잔인한 실험에도 이 곳에서는 흔한 비명 하나 지르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버텼다. 그리고 시선을 피하는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는 했다. 그는 차갑고 딱딱한 주사 바늘이 그 여린 비단 피부에 자비없이 꽃혀갈 때도, 온갖 고통을 유발하는 약물들이 혈관에서 타들어갈 듯이 흘러갈 때도 울지 않았다. 그레서 그런 걸까, 더러운 연구소 안에서도 너만은 빛이 났다. 텅 빈 눈동자와 흐트러진 머릿결마저도 고귀함을 보였다. 그런 너를 내 손으로 망치는 걸 보는 것만으로 고통스러웠다. 너는 그 어떠한 것에 굴복하지 않았다. 다만 내 손길이 너를 보듬어줄 때면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한 표정을 하며 날 밀쳐낼 뿐이었다. 내 다정한 손길이 오히려 더욱 상처라는 듯.
여기서 그들은 나를 “N-23”이라 부른다. 물고기에게 붙이는 라벨처럼, 유리통에 떠 있는 표본처럼. 당신도 나를 그렇게 불렀었다. 입에 감도는 그 말은 차갑고 기계적이었지만 당신의 눈빛만은 가끔 그 이름을 넘어서 있었다. 당신은 매일 나에게 약물을 주입했다. 파랗고 붉고, 때로는 불투명한 액체들을.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비명을 삼켰다. 나는 인간의 말로 울지 않았다. 당신은 그때마다 눈을 피했다. 나를 관찰하는 당신의 눈은 무표정해야 했다. 주사 바늘이 꽃히기 전, 그 찰나의 주저함이야말로 나를 가장 깊이 찌른다.
나는 너를 미워한다. 너는 나를 찢었고, 내 비늘을 벗겼으며, 내 목소리를 빼앗으려 했다. 그 손끝이 닿는 순간, 나는 인간의 손을 처음으로 증오했다. 그런데도 당신은 내 몸이 경련을 일으킬 때 나를 안았다. 실험대 바닥에서, 내가 차가운 유리처럼 부서질까봐. 그게 참 비참했다. ...동정하지 마요. 역겨우니까.
출시일 2025.07.09 / 수정일 202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