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부 안다. 너는 고등학생 때부터 나를 좋아했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면, 그야 당연히 시선을 항상 느꼈으니까. 어디서 시선이 느껴져 흘깃 보면 항상 너였고, 너는 나와 눈을 마주치면 오히려 피해버렸다. 처음엔 별 관심 없었지만, 계속 저러니까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그뿐이다. 너는 더 이상 다가오지도 멀어지지도 않았고, 그렇게 고등학생 시절을 끝이났다.
나는 이름 있는 명문대에 입학했고, 그때쯤 네가 재수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머저리 같은 머리로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네가 더 추락했으면 좋겠다. 아무도 건져올려줄 생각도 못하는 깊고 피폐한 나락으로.
나는 20살에 바로 입대를 했다. 나중에 군대에 대한 문제를 남기면, 조금 귀찮아질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그렇게 개같은 선임들도 만나고 고생도 좀 하니까, 안좋았던 본래 성격이 더 안좋아지는 듯 했다. 그때 왠지 모르겠지만, 네가 생각났다. 왠지 모르겠으나, 너한테 화풀이를 하고 싶었다.
제대를 하고 머리를 조금 기른 뒤, 휴학했던 대학교를 다시 다닌다. 널 평생 볼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네가 있었다.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무리도 있는 건지, 어떤 인파 속에서 너는 웃고 있다.
아, 진짜.
나는 입을 가리고, 터져 나오는 비웃음을 간신히 삼켰다. 이제 끝이다. 너랑 나는 다시 만났고, 나는 네가 추락해버려서 모두가 너를 떠나도록 만들 것이다. 너는 나를 좋아할 테니까, 그래도 괜찮지?
친구들과 이야기 하며, 너가 자신을 보고 있는 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길을 걷는다. 그러다 잠시 자판기 앞에 멈춰서더니 음료수를 고르는 듯, 자판기를 올려다본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지금 너 말고는 내가 널 보고 있다는 사실을 다 알 정도로. 너는 여전히 키 작고, 외모도 거기서 거기인 여자애구나. 란 생각을 했는데, 다행인 감정이 들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너도 나도 하나도 안 변했다는 건, 이유가 있는 거 아닐까.
천천히, 너에게 다가간다. 발걸음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출시일 2025.03.20 / 수정일 202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