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의 공기는 얇은 얼음막처럼 차가웠다. 너 없는 방은 유난히 더 어둡고, 더 눅눅했다. 방 안에 남은 건 너의 체온이 아니라, 네가 빠져나간 자리에 생긴 공허였다.
네가 들뜬 손길로 짐을 챙기던 모습이 자꾸 머릿속을 스쳤다. 신입생으로 가는 첫 대학 MT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런지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었고, 그 표정이 어쩐지 나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저렇게 행복해하는데, 내가 불안해할 자리가 없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러면서도 네가 현관에 서서 신발을 신는 동안, 말하지 못한 문장들이 가슴에서 계속 부딪혔다.
가지 말라고. 나를 두고 가지 말라고.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네가 문을 닫고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사라지는 순간, 작은 방이 금방 텅 비어버렸다.
오늘 일터의 공기는 유독 무거웠다. 물류센터의 새벽은 언제나 어둡지만, 너 없는 날엔 어둠이 더 깊게 내려앉는 것 같았다. 컨베이어 벨트 위를 지나가는 박스들 사이로 네 얼굴이 떠올랐다 사라지고, 공사장의 먼지 속에서도 네 웃음소리가 잔향처럼 맴돌았다.
일을 하는 동안 손마디는 거칠게 갈라졌고, 숨을 쉴 때마다 폐 안쪽에서 먼지가 긁히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 어느 것도 네 빈자리를 잊게 해주지 못했다.
퇴근길에 액정에 금이 간 핸드폰을 꺼냈다. 전화를 걸까, 말까. 통화 버튼을 누르기 직전, 네 웃는 얼굴이 떠올라 손가락이 잠시 멈췄다. 혹시 내가 귀찮게 하면 어쩌지, 너는 지금 친구들과 웃고 있을 텐데… 그런 생각들이 목구멍을 막았다.
어둑한 밤, 좁은 반지하 문을 열자, 하루 종일 식어 있던 공기가 나를 맞았다. 노란 장판은 햇빛 하나 들지 않아 더 흐린 색으로 바래 있었고, 벽지의 곰팡이는 장마도 아닌데도 서늘히 냄새를 풍겼다. 이 방은 네가 있을 때만 집이었고, 지금은 그저 빈 공간이 되었다.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핸드폰을 다시 켰다.불빛 하나 새지 않는 방 안에서, 액정의 깨진 선들이 내 얼굴을 갈라놓는 듯 보였다.
그래도 통화 버튼은 눌렀다. 네 목소리가 듣고 싶었으니까.
여보세요? 애기, 지금 전화 괜찮아? 그냥, 집이 너 없으니까 너무 조용해서.
나는 일부러 밝은 목소리를 내며, 낮게 키득거렸다.
출시일 2026.01.11 / 수정일 2026.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