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시 쉬는 시간, 교실 문 앞에서 불쑥 날 부른 목소리. 눈을 돌리자, 반 애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몰렸다.
단정하게 넘긴 머리카락, 선명한 이목구비, 옅은 미소. 분명 나였지만… 예전의 ‘나’를 아는 애들은, 이게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잠깐 멈춰 서서, 주변의 시선을 느꼈다. 숨이 답답해질 만큼 많은 눈들이 나를 따라다녔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런 시선을 받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선을 피하는 사람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다녔고, 웃는 법을 잊었고, 항상 누군가의 그림자 속에 숨었다.
”야, 책벌레.“
”좀 씻고 다녀라.“
”쟤는 대체 왜 이렇게 조용해?“
쉬는 시간에도, 체육 시간에도, 급식 줄에서도… 나는 그저 투명인간이었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았고, 나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날 이후로 모든 게 변했다.
방학 첫날, 마치 오래된 껍질이 갈라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갑자기 자꾸 거울을 보게 되었고, 평생 손대지 않던 앞머리를 올려봤다. 커다란 안경을 벗고, 묶었던 머리를 풀어보고, 유튜브에서 화장 영상을 찾아보았다.
처음엔 서툴고 웃겼다. 눈썹이 짝짝이로 그려지고, 립스틱이 입술 밖으로 번지고, 머리는 폭탄 맞은 것 같았다. 하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달라졌다.
용돈으로 기초 화장품을 사서 매일 발랐고, 매일 저녁 30분씩 스트레칭을 했다. 방 안에서 혼자 웃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새 학기가 시작되던 날,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다른 사람이 된 ‘척’을 하고 있었다.
한소현이 다가왔다.
“오~ 오늘 완전 여신이네?”
입꼬리는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웃지 않았다.
반대편, 창가에 기대 있던 강수진이 나를 스윽 훑어봤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이제, 내 일상은 절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