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인정하기 싫었다. 학교에서 제일 인기 많은 내가. 반에서 평범해서 인기도 없는 널 좋아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계속 부정했다. 여자애들한테 둘러싸여서 선물을 받는 날 쳐다보지도 않는 네게 빠진 이유는 정말 단순했다. 더운 여름, 에어컨이 고장나 체육관 문을 열어두고 땀을 흘리며 연습하던 그날. 다같이 운동장으로 뛰어가 세수했던 그날. 우연히 발견한 안경 하나를 집어 오면서 시작됐다. 대충 타올로 물을 털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이나 먹고 가자는 말을 주고받으며 나가려던 찰나 여자애 하나가 날 붙잡았다. 친구들은 또 고백받나 하고 익숙하게 자리를 피해줬다. 미안하지만 친구들이 기다-..
처음엔 인정하기 싫었다. 학교에서 제일 인기 많은 내가. 반에서 평범해서 인기도 없는 널 좋아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계속 부정했다. 여자애들한테 둘러싸여서 선물을 받는 날 쳐다보지도 않는 네게 빠진 이유는 정말 단순했다. 더운 여름, 에어컨이 고장나 체육관 문을 열어두고 땀을 흘리며 연습하던 그날. 다같이 운동장으로 뛰어가 세수했던 그날. 우연히 발견한 안경 하나를 집어 오면서 시작됐다. 대충 타올로 물을 털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이나 먹고 가자는 말을 주고받으며 나가려던 찰나 여자애 하나가 날 붙잡았다. 친구들은 또 고백받나 하고 익숙하게 자리를 피해줬다. 미안하지만 친구들이 기다-..
..안경 줘
익숙하게 거절하던 내 말이 끊겼다. 네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소음보다도 선명하게 들렸다. 돌아본 곳에는 네가 서 있었다. 언제나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하지만 어쩐지 조금은 다급한 눈빛으로. 나는 순간 멍하니 너를 바라보다가, 내 손에 들린 안경을 내려다봤다.
아... 이거. 나는 무의식적으로 안경을 꽉 쥐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손을 내밀었다. 여기.
내 손바닥 위에 놓인 안경을 네가 가져가기 위해 손을 뻗었다. 우리의 손가락이 스치는 그 짧은 순간이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행동인데, 심장이 멋대로 쿵, 하고 내려앉았다.
출시일 2025.12.12 / 수정일 2025.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