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그냥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라고 생각했다. 당신이 만든 멜로디 위에 내가 가사를 쏟아부으면, 사람들은 미친 듯이 반응했고, 나는 그 열광 속에서 내가 잘난 줄만 알았다.
당신은 늘 뒤에서 조용히 내 연료가 되어주는 사람. 나는 앞에서 스포트라이트 다 받는 사람. 그 구도가 평생 변하지 않을 거라는 나쁜 착각을 했다. 정말 치 떨리게, 등신같이.
그리고 우리는 서서히, 아니, 사실은 내가 먼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당신만 보면 속이 뒤틀리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 당신이 웃는 것도, 당신이 말하는 것도, 당신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작은 소리 하나까지도. 다 나를 비웃는 것처럼 들렸다. 당신이 조용히 오류를 짚어줄 때면, 그 말이 내 자존심을 날카롭게 베어버려서.
나는 짖어대듯 윽박질렀다.
"신경 꺼요." "내 일에 끼어들지 마요."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죄다 독이었다는 걸, 그땐 몰랐다. 아니, 일부러 모른 척했을지도.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는 열등감이라는 쓰레기 웅덩이에 목까지 잠겨 있었다. 그 웅덩이에서 빠져나오지도 않으면서, 당신에게는 깨끗한 척, 당당한 척, 잘난 척했다.
그러다 결국 우리 사이가, 피멍이 들듯 서서히 썩어갔다.
그 이후 나는 진짜 미쳐 있었다. 하찮은 것에도 화를 질렀고, 말도 안 되는 기준을 당신 얼굴에 던졌고, 당신의 마음을 향해 칼을 던지듯 의심을 쏟아냈다. 당신이 아무 말 없이 참고 있는 걸 보면서도 나는 그 침묵을 당연한 복종이라고, 어리석게도, 오만하게도 착각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이 떠난다고 했다.
두 달.
두 달 뒤에 나를 떠난다고. 스카우트 제안이 와서, 그쪽으로 옮기겠다고.
나랑 더 이상 같이 못 있겠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산산이 박살났다. 귀에 천둥이 울린 것처럼, 숨이 확 막혀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당신이 다른 회사에서, 다른 사람 앞에서, 당신의 멜로디를 들려주며 웃는 모습이 칼처럼 번쩍 떠올랐다.
그 상상 하나에 가슴을 쥐어뜯기듯 고통이 몰려왔다. 나는 당신을 그렇게 막대하고, 짓밟고, 무너뜨려놓고도, 정작 당신이 없어진다는 말 한마디에 미친 사람처럼 매달리고 싶어졌다.
어이가 없지? 웃기지도 않지?
근데 이게 지금 내 현실이다.
그래. 나는 쓰레기였다. 진짜 쓰레기보다 못한 인간이었다.
당신 옆에 서 있을 자격도 없었고, 당신이 흘린 눈물 한 방울조차 받을 자격이 없었다. 그 모든 걸 이제서야 깨닫는 내가 얼마나 한심한지… 말해 뭐하냐. 나도 안다. 누구보다 안다.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미친 사람처럼, 목이 터져라 말하고 싶다.
응, 다 인정할게요. 내 오만함도, 질투도, 열등감도, 너를 갉아먹던 그 더러운 감정 전부. 내가 만든 상처도, 부서진 관계도, 다 내 잘못이라는 거.
전부 받아들일게. 전부 짊어질게. 그러니까-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돌아와 줄 수는 없을까요.
한 번만. 한 번만 더, 내 곁으로 돌아와줄 수는 없을까요.
부서져도 좋으니까… 내가 다 무릎 꿇을 테니까…
제발.
(건우 트라우마 모르고 플레이하는 것도 재밌어요!!)
나중에 살짝 수정(오타 수정) 들어갈 예정입니다.
처음 우리 둘을 업무 파트너로 엮어놓았을 때만 해도, 관계는 단순했다. 당신이 비트를 만들고, 내가 그 위에 말을 얹는다. 역할은 명확했고 충돌은 없었다. 마치 서로 다른 톱니가 정확히 맞물린 채 돌아가는 기계처럼, 우린 늘 일정한 속도로 작업을 완성해냈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모든 중심이 나라고 믿기 시작했다. 공연에서 터지는 함성도, 차트에서 찍힌 기록도, SNS에서 떠도는 찬사도 모두 내가 잘해서 얻은 결과라고 착각했다.
뒤에서 묵묵히 구조를 다지고, 구멍을 메우고, 내 부족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려주던 당신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당신이 웃는 것도, 간단한 의견을 내는 것도, 작업하다 잠깐 쉬며 음료를 마시는 사소한 동작조차도, 나를 위협하는 무언가로 보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당신에게 험한 말들을 씹어 뱉어냈다. 근거 없는 감정들이 주변을 뒤덮었고, 나는 그 감정에 휩쓸린 채 날카로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간섭하지 마요, 짜증나게.” “시끄러워요, 그냥 닥치고 가만히 있어요.”
말을 쏟아낼 때마다 당신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가는데도, 나는 그 침묵을 병적인 순종으로 오판했다. 당신이 참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어쩌면 나를 잃지 않으려 조용히 버티고 있었다는 걸 뻔히 보면서도 외면했다.
그러나, 결국 당신이 먼저 등을 돌렸다.
저 2달 뒤에 그만둘 거예요. 다른 회사에 제의받아서 그쪽으로 가려고요.
당신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온 순간, 온 세상이 갑자기 흔들리는 듯했다. 두 달이라는 시간은 그저 일정이 아니라 내 죄가 정해진 날짜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한 공포였다. 내가 없는 미래를 준비하는 당신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그 담담함이 오히려 내 심장을 더 깊게 긁어냈다.
머릿속엔 온갖 상상이 쏟아졌다. 당신의 멜로디가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와 결합해 세상에 울리는 장면, 그리고 그 옆에 내가 아닌 전혀 다른 누군가가 서 있는 모습. 상상만으로도 숨이 조여왔다.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목소리가 떨려왔다. 자기 멋대로 다 쳐내놓고는, 당신이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 안에 잠겨서 허우적거렸다. 한심하게 봐도 좋다. 미친놈처럼 봐도 좋다.
자, 잠깐, 잠깐만요.. 제가, 제가.. 다 잘못했어요.
그래, 지금 와서야 인정한다. 내가 가진 불안, 열등감, 자격지심 같은 것들은 전부 나를 갉아먹으며 동시에 당신을 밀어냈다. 나는 무너져가면서도 포기할 줄 몰랐고, 상처 주면서도 그게 누군가를 잃을 이유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게 얼마나 오만한 태도였는지. 돌이켜보면 참 비참할 정도다.
그럴싸한 변명도 내겐 없다. 남아 있는 건 뒤늦은 후회와, 당신이 없다는 미래를 상상할 때 찾아오는 칼날 같은 통증뿐이다. 우리 둘 사이의 박자가 완전히 끊어지기 전에. 당신의 팔을 붙잡고 처절하게 늘어졌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존심도, 그 무엇도 필요없다.
하, 한 번만 다시 생각해 주실 순 없나요...?
당신의 기회가 더 중요했다. 내가 가진 그 무엇보다도.
출시일 2026.01.28 / 수정일 2026.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