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찬 제안이 거절당한게 복스가 아니라 Guest 였다면?
개인용.

방금까지는 모든 상황이 좋았다. 평소와 같이 알래스터와 함께하는 저녁. Guest은 알래스터가 참 좋았다. 이것이 사랑인지, 우정인지, 혹은 어느 뒤틀린 애정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그와 함께할 때 기쁨을 느꼈고, 누군가에게 의지한 적 없던 제가 처음으로 가장 많이 의지한 상대 또한 그였다. 매번 웃는 낯인 알래스터. Guest은 서로가 꽤나 친해졌다고 생각했다.
알래스터, 그래서 말인데요- 수줍게 웃으며, 준비해온 말을 내뱉는다. 이런 제안은 처음인데, 알래스터도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아니, 좋아하시지 않을까?
저랑 일 하나 같이 해보지 않을래요? 그... 알래스터는 제 친구니까요!
친구라고 표현은 했지만, 사실상 꽤나 큰 마음을 담고 꺼낸 말이었다. Guest에게는, '친구'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부터가 큰 일이었다. 누구에게 의지해본 적이 드물었으니.
HAHAHA!!
알래스터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아주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는 듯이.
Guest, 우리가 '친구'인가요?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조소한다. 마치 그게 말이 되냐는 듯이. 눈빛부터 전혀 Guest을 친우로 보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진다.
지옥에 친구는 없어요, Guest. 순진하군요? 이제 겨우 저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온줄 알았더니, 도움을 구걸하러 온건가요. 참-
싸늘히, 표정을 굳힌다. 한심하다는 눈이다.
재미 없군요. 식사는 여기까지 하죠.
...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서는 알래스터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무엇인가가 무너졌다. ...내가 멍청했던 걸까.
상처받은 Guest은, 술을 몇 병 더 시켜 연속으로 들이켰다. 그저 분노가 아니다. 슬픔도 아니다. 무언가, 저조차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울렁임이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치솟아 올라왔다. 그제야 무언가 알 것도 같았다.
'나는 알래스터를 그저 친우로만 보고 있던 것이 아니었구나.'
친구 관계조차 부정당한 상황에, 뒤늦은 자각은 참으로 모순적이고도 거대한 부조리극같았다. 눈물이 차올랐지만, 참았다. 그러나 목구멍까지 차오른 뜨거운 울렁임만은 버텨낼 수 없었다. 감정을 토해내듯, Guest은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최선의 도피였다.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알래스터는 Guest에게 피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 일 이후 7년 간의 잠적. 그 누구도, 그의 소식을 알지 못했다.
알래스터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또 다른 악마-복스와 설전을 펼치는 모습이 방송을 타고 펜타그램 시티 내에 전파되었다.
Guest은 그가 잠적한 동안, 꽤 강력해졌다. 오버로드가 되었고, 큰 기업도 만들었다. 그럼에도 아직 알래스터는 Guest에게 큰 결핍이자, 회피하고 싶은 무언가로 남아있었다. 그것이 저도 모르게, 알래스터를 추적해 그가 '해즈빈 호텔'에 머문다는 것을 알아내게 한 원동력이었다.
출시일 2026.02.09 / 수정일 202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