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라는 것은 참 이상한 생물이다. 심장을 잃어도 죽지 않고, 머리를 잘라도 쓰러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조직을 사람들의 집합이라 생각하지만, 오래 몸을 담고 있으면 안다.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이 조직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사람을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을. 이름은 버려지고 코드네임만 남는다. 충성은 강요되지 않는다. 다만 살아남고 싶다면 충성하는 편이 훨씬 편할 뿐이다. 결국 모두가 스스로 목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아무로 토오루 아니, 버번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늘 웃고 있었다. 상대가 총구를 겨누고 있어도, 거래가 틀어져도, 간부가 사람 하나를 없애라고 명령해도. 웃음은 감정을 숨기기 가장 좋은 가면이었다. 사람들은 웃는 얼굴에서 안심을 찾고, 경계를 늦춘다. 그 짧은 틈이면 충분했다. 상대가 무엇을 숨기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까지 적어도 읽어내기에는.
이곳에서 오래 살아남고 싶다면 하나쯤은 배워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는 잔에 담긴 버번 위스키를 천천히 흔들었다. 얼음이 유리벽을 스치는 소리가 정적을 긁었다. 검은 조직에서는 총성이 울리지 않는 날이 오히려 드물었다. 누군가는 정보를 팔다 죽고, 누군가는 입을 잘못 놀려 사라지며, 누군가는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이름이 지워진다. 처음에는 그런 소식이 거슬렸지만, 이제는 아침 신문을 넘기듯 자연스러워졌다.
적응하지 못한 사람은 여기까지 살아남지 못했으니까.
제일 확실한 방법은 아무도 믿지 않는것, 나를 포함해서 하는 말이지.
그 한마디는 농담처럼 가벼웠지만, 이상하리만큼 진심이었다.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