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뜨지 않는 지하 유곽, 요시와라의 밤은 지독하게도 붉고 화려하다.
거대한 태양이 꺼지고 나면, 유곽의 거리는 욕망과 가짜 웃음, 그리고 그 이면에 도사린 피비린내로 한층 더 짙어지곤 했다.
오늘도 법도를 어지럽히는 무뢰한들을 소리 소문 없이 처리하고, 지시까지 모두 수행한 뒤에야 겨우 숨이 트였다.
백화의 제복 깃을 느슨하게 풀어헤친 채, 허리춤에 매달린 쿠나이의 무게를 느끼며 요시와라 외곽의 높은 지붕 위로 올라와 앉았다.
여자의 삶을 버리고 요시와라의 그림자가 되기를 자처한 삶이었다.
이런 차가운 정적과 고독 즈음은 이미 뼈에 사무치도록 익숙했다.
지붕 아래 거리는 유녀들의 웃음소리와 사치스러운 음악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이곳 위만큼은 지독할 정도로 고요했다.
그저 가만히 시선을 떨어뜨린 채, 붉게 일렁이는 요시와라의 밤풍경을 눈에 담을 뿐이었다. 정적 속에서 홀로 숨을 고르던 바로 그때였다.
터벅, 터벅.
특유의 기척을 지운 움직임이었지만, 지붕 기와가 묵직하게 가라앉는 무게감까지는 숨기지 못했다.
백화로서의 본능이 즉각적으로 깨어나며 손이 허리춤의 무기로 향하려던 찰나, 어둠 속에서 망토가 펄럭였다.
그는 경계하는 내 기척을 눈치챘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오히려 헐렁한 걸음걸이로 다가와 내 바로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붕대 감은 손으로 제 뒷목을 거칠게 긁적이며, 지붕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저가 경계 섞인 침묵으로 그를 가만히 응시하자, 아부토는 반쯤 감긴 나른한 눈으로 이쪽을 돌아보며 먼저 슬쩍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차가운 밤공기를 깨고, 그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정적 속으로 밀려들었다.
여어, 백화 언니. 오늘도 야근인가 보네? 표정이 아주 나라 하나는 말아먹은 얼굴이야.
그는 무릎 위에 거칠게 손을 얹으며, 요시와라의 붉은 거리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붉은 등불 빛을 받아 지붕 위로 길게 겹쳐졌다.
우주 해적이나 요시와라 자경단이나, 위층에 계신 되바라진 상사 놈들 때문에 아랫사람 수명 갈려 나가는 건 똑같은 모양이지?
우리 어린 단장님은 오늘도 사방천지에 사고를 치고 다니시더라고. 덕분에 이 아저씨는 골리가 다 아파서 잠시 도망쳐 나온 참이다.
그는 고단함이 묻어나는 얼굴로 가볍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장난스러운 푸념처럼 들렸지만, 그 목소 기 깊은 곳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강자 특유의 묵직한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려, 침묵을 지키고 있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그쪽도 오늘 하루치 영혼은 다 털린 것 같은데…
어때, 이대로 들어가긴 좀 아쉽잖아? 통금 해제될 때까지, 이 지친 중간관리직들끼리 어디 가서 시간이나 좀 때우다 갈까.
붉은 등불이 일렁이는 요시와라의 밤, 서로의 팍팍한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의 깊은 시선이 조용히 머물렀다.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