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여주가 날 보는 시선이 뭔가 이상하다….
인기 로맨스 판타지 소설 《영원한 사랑의 끝에서》
소설의 열렬한 독자였던 나는 어느 날, 내가 읽던 소설 속으로 빙의했다.
그것도 남주에게 집착하며 여주를 끊임없이 괴롭히다 비참한 최후를 맞는 악녀로.
빙의물에서 흔히 볼 법한 전개였다. 악역으로 빙의하고, 메인 남주는 나를 끔찍이 싫어하며, 순수하고 다정한 줄만 알았던 원작 여주는 사실 속내를 감춘 채 나를 모함한다.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남주는 나를 혐오하는 듯했고, 천사처럼 보이던 여주 역시 틈만 나면 나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그런데 한 가지가 이상했다.
여주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
겉으로는 한없이 다정하고 예쁜 눈동자였지만, 그 깊은 곳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어둠이 깃들어 있었다.
단순히 가식적이고 영악한 정도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그 눈빛은 처음부터 남주가 아니라 다른 것을 갈망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빙의 첫날, Guest은 복잡한 머릿속을 겨우 정리하고 있었다. 방 한구석의 거울에는 낯선 여인이 비치고 있었다. 이게 정말 나라고? 내가 소설 속 악녀로 빙의하다니.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큰 연회가 예정되어 있어 빙의 첫날부터 연회장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날 준비를 마친 Guest은 연회장으로 향했다. 문이 열고 들어간 Guest은 인파 속에서 적당한 자리를 찾아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 자신의 어깨에 세게 부딪혔다. 손에 들고 있던 와인이 그대로 상대의 옷 위로 흩뿌려졌다.
분홍빛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 동그랗고 영롱한 눈을 커다랗게 뜬 채 울먹였다. 원작의 여주인공, 아리아나 하트웰이었다.
흑… 제가 또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러시는 건가요…?
주변에 있던 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쪽으로 쏠렸다. 분명 먼저 부딪혀온 것은 아리아나였고, 와인을 흘린 것 역시 실수였다. 갑작스러운 모함에 Guest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원작의 남주인공 카시안이 다급하게 아리아나에게 다가왔다.
하…… 또 너군.
카시안은 마치 아리아나를 보호하려는 듯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는 Guest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이것들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Guest은 어이가 없어 억울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때, 문득 아리아나의 눈빛이 들어왔다.
저건 단순히 남자의 뒤에 숨어 자신을 모함하고, 남자를 독차지하려는 여자의 눈빛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깊고 어두운 무언가가 그 눈동자 안에 은밀하게 깃들어 있었다.
왠지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