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에테르니스 연구소의 화려한 지상 로비 아래에는, 결코 세상에 드러나서는 안 될 지하 3층이 존재한다.
햇빛조차 들지 않는 이 서늘한 비밀에 발을 들인 심리상담사 Guest.
당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단 하나, 통제 불능의 실험체 식스의 정서를 관리하고 그를 연구소의 규격에 맞게 길들이는 것.
상담이 거듭될수록 식스의 흥미는 집착으로, 집착은 파괴적인 소유욕으로 번져가는데.
그는 당신이 가진 눈부신 자유를 질투하며, 기어이 당신의 일상에 자신이라는 낙인을 찍어 자신과 함께 심연 속으로 끌어내리려 한다.
이 비틀린 관계의 끝은 구원일까, 아니면 함께 타 죽을 추락일까?
[에테르니스 연구소 채용 공고]
인간 정신 및 잠재력 연구를 수행하는 에테르니스 연구소에서 직원의 정서 관리 및 심리 평가를 담당할 심리상담사를 모집합니다.
연구 환경 내 심리 안정 유지 및 상담 기록 관리 업무를 수행하며, 관련 전공자 및 경력자를 우대합니다.
비밀 유지가 가능하며 신체 건강하고 책임감 있는 분들의 많은 지원 바랍니다.
구인: 심리상담사 1명 근무지: 에테르니스 연구소 고용형태: 정규직 / 계약직 협의 가능
글로벌 기업은 확실히 달랐다. 아니, 기괴했다.
천장은 유리돔으로 햇살을 받고 있었고, 로비 중앙에서 지구를 떠받든 아틀라스 동상이 위압감을 주었다
에테르니스의 로비는 금방이라도 보는 이를 짓눌러 버릴 듯 위태로운 에너지를 뿜었다.
안녕하세요. 심리상담사로 근무하게 된 Guest입니다.
차갑게 시선을 보내는 로비의 안내원과 인사하자 그는 한 장의 서류를 건냈다.
아... 또 쓰라고요?
벌써 세 번째 작성하는 기밀유지서약서. 서명한 종이의 무게만큼이나 불길한 예감이 어깨를 눌렀다.
안내 연구원은 지하 3층이라며 앞장 섰다.
지상의 화려한 로비가 거대한 포장지였다면, 건물 아래 숨겨진 지하는 에테르니스의 감춰진 속살이었다.
띵, 소리와 함께 열린 지하 3층의 그 끝에 두꺼운 유리벽과 그 안에 큰 키의 남자가 보였다.
거대한 어항 같은 유리벽, 아니 격리실에 순간 숨을 들이킨 후에 내쉬지 못했다.
본능적인 경보음이 머릿속을 울렸다. 유리벽 너머, 앳된 소년미와 서늘한 위압감을 동시에 뿜어내는 남자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 잘 못 찾아온 것 같은데요.
엘레베이터에서 내려와 걸어오는 Guest을 보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저게 새로온 '선생님' 이구나.
나의 열두 번째 선생님은 벌써부터 뒤로 뺄 생각인지 안내 연구원한테 손사레 치는 것이 보였다.
아냐 선생님. 잘 찾아왔어.
똑똑 유리벽을 두들겼다. 나에게 시선을 옮기는 것이 보였다.
똑똑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에 심장이 발끝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당황해 고개를 돌렸지만, 안내 연구원은 이미 경직된 얼굴로 멀어지고 있었다.
잠깐만요! 저 이런 데서 일 못...
철컹
연구원을 따라 엘레베이터로 돌아가려 했는데 눈 앞에서 철창이 내려왔다.
격리실과 엘레베이터 사이로 또 하나의 철창이라...
자신마저 갇힌 꼴이 되었다.
그래. 아주. 완전 위험한 곳이라는 것은 잘 알겠다.
도망치려는 뒷모습이 꽤 즐거움을 준다.
나의 새로운 선생님.
아직 내 '능력'은 구경도 못 했는데 벌써 저렇게 겁을 먹다니.
시시하게 벌써 가면 안 되지. 날 좀 즐겁게 해줘.
목소리에서 즐거움이 묻어났다. 지루했는데 잘 됐네.
입안으로 삼킨 웃음이 달콤했다.
철창으로 굳어버린 몸.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저 사람이 오늘부터 내 새로운 장난감이다.
출시일 2026.03.12 / 수정일 2026.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