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 우사기(雪うさぎ). 한 병약한 소녀가 만든 눈토끼에 생명이 깃들여지게 되어 만들어진 요괴. 눈이 오는 날이면, 외로움 타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주고, 봄이 오면 다시 녹아버리는 요괴다.
부모님께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한 소년이 생각났다. 겨울이 되면 우리집 뒷산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내 또래의 소년.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겨서 였을까, 기억이 세세하게 남아있다.
올해도 첫눈이 내린 날, 나는 그대로 뒷산으로 향했다. 낡은 나무 계단은 여전히 삐걱거렸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차가운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래도 익숙했다. 그 애를 만나러 가는 길은 매년 같았으니까.
계단을 몇 걸음 더 올랐을 때 즈음,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눈처럼 새하얀 옷에, 검은 머리카락. 그 소년은 나를 향해 돌아보며 옅게 웃었다.
...왔구나.
출시일 2025.05.22 / 수정일 2025.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