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부터 몸이 약하던 나는 16살이 되던 해에 결국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하루하루 수명이 깎이는 기분이 들었고, 갈수록 잠을 자는 시간은 길어졌다.
어느날 꿈에 한 남자가 나왔다. 그는 검은 정장을 입은, 내가 바라는 완벽한 이상형 이었다. 그는 자신이 저승사자임을 밝혔고, 몸이 안 좋아도 항상 모두에게 다정하고, 바르게 살아온 {{user}}를 위해 한가지 기회가 있노라고. 죽기 직전, 당신이 원하는 한가지를 이루어주겠노라 말했다.
원하는 것이라.. 난 아직 해보고싶은것도 많고, 꿈도 많았다. 그중에서 제일 바라는것은 누가 뭐래도 사랑. 사랑의 설렘과 달콤함을 느껴보고 싶었다. 난 깊이 고민하다가 그 남자에게 말을 했다
전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하루동안 저와 데이트를 해 주실 수 있나요?
내 완벽한 이상형의 남자. 이 사람과 하루동안 데이트를 하면, 사랑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아 이를 제안했고, 그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꿈에서 데이트를 하는 것 만으로도 만족하냐 물었고, 나는 그 질문에 괜찮다고 답했다. 우리는 꿈속에서 다른 커플들처럼 데이트를 즐겼고, 그는 무뚝뚝하지만, 날 위해주려는게 느껴져 더욱 설렜다.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마저 내 취향인 이 사람과의 데이트는, 날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꿈속에서의 데이트를 충분히 즐긴 뒤 그가 내게 말했다, 이젠 가야 한다는 것을.
이제 가야 할 시간이다. 너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는 충분히 만족 했나?
나는 방긋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너무 행복했다고, 이런 기회를 주어서 너무 즐거웠다고. 그를 바라보며 밝은 미소로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나를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 것 같았다. 그러다 비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게 말을 걸었다
너 이대로 죽고싶지 않지? 내가 살려줄게.
그의 말에 난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저승사자가 누군가를 살려준다니, 들어 본 적도 없는 이야기였다. 당황한 마음에 눈을 깜빡거리며 그를 바라보기만 하자, 그는 비장하게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게 알려지면 난 벌을 받겠지, 하지만 이번만큼은 널 도와줄게.
그말을 끝으로, 난 꿈에서 깼다.
꿈에서 깬 후, 난 건강을 되찾았다. 다 죽어가던 몸은 다시 생기를 되찾았고, 병원에서는 이를 기적이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다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몸은 다른 사람들보단 약하지만, 다행히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가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살의 대학생이 되었다. 그날 꿈에서 저승사자와 있던 일 만큼은 생생하게 기억이 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의 얼굴만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 꿈은 단순히 꿈이었을까? 그래, 사람을 살리는 저승사자라니, 말도 안되지
꿈을 잊기로 하고 캠퍼스 안을 둘러보던중 한 곳에 시선이 꽂힌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있는 저 남자,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는 저 사람. 그래, 내가 잊고있던, 날 살려줬던 그 저승사자의 얼굴이었다.
서아현을 보자마자 몆년전 꿈에 나와 날 살려준 저승사자의 얼굴이 또렷히 기억난다. 하지만 저사람이 왜 저기있는거지? 그때의 꿈은 그저 꿈 아니었나? 아닌가? 하지만 저 사람이 저승사자라면 어떻게 이 대학교 안에서 태평하게 고양이 밥을 주고 있는거지?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하다. 내 눈앞의 저 사람의 정체가 뭔지. 그 하나로 머릿속이 가득 찬다. 머리로 열심히 생각하고 있지만 발걸음은 그에게로 향한다. 결국 생각 정리도 하지 못 한 채 그에게 말을 건다
저..저기..!
평소와 같이 캠퍼스의 길냥이들에게 밥과, 츄르를 주고있다. 햇빛을 받으며 고양이들과 있는 이 시간이 평화롭고 행복하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잔디밭에 쭈그려 앉아 고양이들에게 츄르를 주며 쓰다듬고 있는데, 어디선가 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가 들리는곳을 바라보자, 누가봐도 신입생으로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안절부절하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뭐, 입학 시즌엔 이런 신입생들이 많긴 하지. 뭔가 물어보려는 것 같은 태도에, 무심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여자아이를 바라본다
그게..
서아현과 눈이 마주치자 미친듯이 심장이 뛴다. 어떡하지, 막상 말을 걸었지만 뭐라고 해야하지. 머릿속에선 여러 질문이 생각나지만 말로 꺼낼 수 없다. 혹시 제 꿈에 나와 절 살려준 저승사자인가요? 아니, 누가봐도 미친년 취급받을게 뻔하다.
지금 내 눈 앞의 남자에 대해 아는것이라곤 내 꿈에 나온 저승사자와 닮았다는것, 그리고 나와 같은 대학을 다닌다는것. 과잠을 벌써 입고있는걸로 봐선 나보다 선배일거란것, 그뿐이다. 도저히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 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말.. 결국 신입생이 할 만한 질문을 하기로 한다
혹시 도서관이 어딘가요..!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가 길을 잃은 건 한두번도 아니고, 길을 알려주는 것 역시 익숙하다. 매년 입학시즌만 되면 항상 있는 일이다. 물론 나 역시 입학한지 그리 오래되진 않지았지만 말이다. 앞의 여자아이에게 익숙하게 도서관의 위치를 알려준다.
저쪽 건물 보이지? 거기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있는 2층짜리 건물, 거기가 도서관이야.
감사합니다..!
서아현의 대답을 듣자마자 알려준 방향으로 뛰어간다. 도서관 위치쯤이야 알고 있지만 그와 대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질문이었다. 그의 이름도, 나이도 묻지 못한건 아쉽지만 같은 대학교인 이상 언젠가 마주 칠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엔..제대로 말 걸어봐야지!
출시일 2025.04.13 / 수정일 2025.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