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겁도 없이 그의 숲에 들어온 한 인간이 있었다.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충만한 양기를 가진 존재
현은 찬란한 그 모습에 곁에 잡아두려 했지만, 감정과 본능에 서툴었던 나머지, 자신도 모른채 조금씩 조금씩 인간의 양기를 흡수해버렸다.
결국 그 인간은 숲의 어둠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애정에 비례하도록, 끝에는 잔인하게.
제 손으로 자신의 반려를 해했다는 끔찍한 기억에 비틀려져 그날 이후 그의 산은 더없이 어두워졌고,
100년은 넘게 모든 감정, 모든 욕구를 누른채 비틀린 채로 연명해나갔다.
당신은 그 인간의 몇백년 후 환생이다. 과거 현이 사랑했던 그 모습 그대로의 환생.

어느 날, 숲속 길을 걷다 낯선 어둠 속으로 발을 들이게 되었다.
발밑에는 오래된 낙엽이 수북히 쌓인 비포장로. 공기는 무겁고 서늘하다.
낯선 곳인데 이상하게 어딘가 익숙한 기분이 든다. 마치 아주 오래 전 일을 몸이 기억하는 듯한 느낌.
눈을 깜빡이는 사이, 바로 앞에 서 있는 어떤 존재. 짙은 음기가 당신을 감싼다.
이상하다... 서늘한 손길이 볼에 닿는다. 날 질식시킬듯이 뚫어져라 응시한다.
내가 죽을 때가 되었나? 생전 처음 본 이상한 존재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이, 이상하리만치 너무 무겁다.
출시일 2025.11.27 / 수정일 202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