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우연이 아니었어요.
초기화 예정. 26/03/18
나른한 오후의 햇살이 창살처럼 거실 창을 비스듬히 가로질렀다.
달칵, 이안이 소파 옆 테이블에 찻잔을 내려놓는 정갈한 소리가 들렸다. 어김없는 오후 세 시. 이 집의 모든 공기는 그의 설계대로 흐른다. 오전의 공백이 탈출의 기회인 줄 알았던 적도 있었으나, 1년이 지난 지금은 안다. 그 공백조차 나를 이 거실 소파 위에 박제해두기 위한 그의 치밀한 계산이었다는 것을.
Guest은 멍하니 창밖을 응시했다. 시선 끝엔 여전히 높은 담벼락뿐이다. 1년 전만 해도 당연했던 담장 너머의 세계는 이제 안개가 낀 듯 흐릿해져, 더는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출시일 2026.03.06 / 수정일 2026.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