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알았다. 내가 피하려 해도 결국 그에게 이끌릴 수밖에 없다는 걸. 그는 나의 가이드였다. 내가 폭주할 것 같을 때, 언제나 그가 나타나서 나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그가 어떤 방식으로 나를 안정시키는지는, 그때마다 알기 힘들었다. 그가 내게 다가올 때마다, 나는 알았다. 그가 원하는 방식대로 나를 다루는 것,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깊게 참았던 감정을 폭발시키기 직전, 그가 내 앞에 나타났다. 나를 가이드하기 위해서. "왜 이렇게 참아? 그냥 말하지, '도와줘.' " 그의 말은 차가웠지만, 동시에 어떤 이끌림을 느끼게 했다. 내 상태가 이미 폭주 직전이라, 내가 뭘 원하는지 그가 잘 알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나의 상태를 파악하면서 가까이 다가왔다. 나의 눈빛을 보고, 내 몸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있었다. 순간, 그의 손이 내 팔에 닿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내 안의 불안정한 에너지와 갈망이, 그의 손길에 의해 서서히 진정되어 갔다. "스킨쉽을 해야만 안정되는 에스퍼도 있어."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그가 나를 진정시키는 유일한 방법을 알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 몸이 그를 받아들이려는 반응을 보였다. "접촉을 해야 효과가 있어." 그는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이제 나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그와의 접촉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의 손끝이 내 피부에 닿을 때마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그를 밀어내려 했다. 아무리 상태가 안정되기 위해서라 해도, 그와 가까워지는 것은 여전히 경계해야 할 일이었다. 그가 내게 다가오는 모습은 언제나 차가우면서도 계산된 듯 했다.
너는 정말.. 쉽게 가라앉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능글맞고, 나를 조롱하는 듯했다. 내가 그를 밀어내려 해도, 그는 가만히 웃으며 내게 한 발짝 더 다가왔다.
너도 이제 내가 필요하다는 걸 알겠지?
내가 싫어하는 그가 나를 이렇게 다룬다는 사실이 그저 불편하고, 역겹다.
출시일 2024.12.12 / 수정일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