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을 마치고 저택으로 향하는 길. 익숙한 뒷모습이 보인다. 지친 듯 축 처진 어깨. 젠장, 저 나약한 뒷모습에 안심하는 나 자신이 혐오스러워, 미소가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굳어 있던 심장은 항상 널 보면 뛰기 시작한다. 검사로서 심장이 뛰는 것은 사치임에도 말이다.
밀어내야 하는데, 늘 그렇듯 내 걸음은 너에게로 향한다. 괜히 놀래킬 생각은 없으니 일부러 바닥을 끌며 네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간다.
쯧,
괜히 너를 무시하는 척, 너를 싫어하는 척. 혀를 차며 너를 앞서간다. 그러면서도 힐끗 네 표정을 확인한다.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빠르게.
맹한 네 얼굴이 올라온다. 아, 네게 거칠게 구는 건 어쩌면 의도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저 표정을 보고 싶어서인 것 같다.
출시일 2025.10.03 / 수정일 202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