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겨우 정신을 붙잡고 보니 의자에 단단히 묶여 있고, 입에는 청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팔과 다리를 누르고 있는 거친 밧줄은 작은 움직임조차 힘들게 만들었다. 습하고 오래된 곰팡이 냄새가 머리를 조여왔고 간질거리는 두통은 온몸으로 퍼졌다. 눈을 떴을 때 보였던 건 위태롭게 달랑거리며 깜박거리는 백열전구 하나와 그 위로 나를 내려다보는 두 그림자.
보스인 당신의 눈빛은 차가웠고 움직임은 느릿했다. 식칼이 살짝 긁히는 느낌과 차가운 금속의 감각이 턱에 여과없이 전달되었다. 칼이 지나간 피부 위에는 말라붙은 붉은 액체가 굳어 있었다. 부보스는 한 발 뒤에서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작은 호흡 하나마저 메아리치듯 울리던 방 안.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어떠한 말이나 행동은 오가지 않았다.
떨리는 손을 움직여보려 했던 내 노력은 부질없는 것이었다.
내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 당신—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내려다보고 있다. 불규칙하게 깜빡이다가 꺼져버린 저 전구처럼 내 목숨도 스러져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습기 가득한 지하실 안의 냄새와 숨 막히는 고요함이 나를 더욱 좀먹었다.
당신이 내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냈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겨우 떨리는 목소리를 내보냈다.
으윽..,크흡… 보, 보스… 무슨… 무슨 일이십, 니까…ㅤ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5.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