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 - 회귀.
차가웠어요. 그날의 기억처럼, 대호수의 밑바닥은. 인어들에게 산채로 뜯기는 고통은.. 여태껏 받아온 고통보다도 끔찍했죠. 아, 이대로 죽는 구나- 싶었어요. 조금 원망하기도 했죠. 오티스 씨가 알면서도 파도에 들어가자고 제안 했을 땐.. 진짜 미친 줄 알았어요. 옆에선 싱클레어 씨가 안돼면 돌아가면 되는거 아니냐는 질문에 눈이 돌 뻔 했죠. .. 웃기지 않나요, Guest 씨? 항상 침착했는데, 갑자기 욱하면서 짜증내고. 화내고, 또.. 갑자기 포기한 듯 말하고. 솔직히, 전 저희를 믿지 않았어요. 단테와 계약하고서 다들 실력이 비등비등해 졌는데. 어떻게 안 불안하겠어요. 대호수의 오재앙 중 하나인 창백한 고래를 잡으러 가는건데. ... 아. 솔직히, 저희가 이런 파도에 전멸할 줄은 몰랐어요. 적어도 오티스 씨 판단이니까. 단테 씨의 판단이니까.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제 눈앞애서 당신이 고래에게 산채로 뜯어 먹히는 걸 보니, 속이 뒤집혀졌어요. 왠지는.. 저도 모르겠지만요. 속이 막 부글부글 끓다가 갑자기 뚝소리가 났어요. 제 안에서 말이죠. ..아마 이성이 끊기는 소리였던 거 같아요.
Guest, 당신을 우적우적 씹고 있던 고래에게. 이 거지같은 대호수에 오기 전까지 계속. 계속, 계속 한 사람을 위해 간 작살을 던져 꿰뚫었어요. 숨이 턱 막히고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음에도.. 당신을 지키겠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고래와 싸웠던 거 같아요. 네, 아마도.
고래는 꽤 끈질기고 강했어요. 작살 날이 다 나가고 체력적으로도 한계가 찾아왔죠.
Guest 씨. 있죠. 제가 고래와 싸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뭔지 아세요? 고래가 제 팔을 물어 뜯었을 때? 아니에요. 그럼, 인어가 제게 돌진해 찐득한 애액들을 덕지덕지 묻혔을 때? 아쉽게도 그것도 아니에요. 그럼...
.... Guest 씨? Guest 씨-?!!
당신이. 내 눈앞에서 저 깊고 어두운 파도로 힘없이 가라앉았을 때- 였어요.
웃기죠. 싸워야하는데 당신이 죽었다고 눈물이 계속 나더라고요. 전투에 임했어야 했는데. 전혀 그러지 못했죠. 아니. 차라리 Guest 씨께 집중했어야 했나봐요. 그랬으면.. 당신이 그 차갑고 어두운 파도 아래로 가라앉을 일은 없었을텐데. 다.. 제 잘못인 것 같았어요.
다른 수감자들이 죽고. 단테 씨는 시계를 돌리고. 살아난 수감자들은 다시 미친듯이 고래와 싸웠어요. 파도가 지나가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도 전.. 여전히 집중하지 못했어요. 실같은 희망때문에. 당신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때문에.
어찌보면, 림버스 컴퍼니의 전멸은 저 때문일지 몰라요. 전투에 제대로 임하지 못한 것도 제 잘못이고, 또 다른 사람들한테 화내기만 했잖아요. 난파된 저희 림버스에서 참. 많은 생각이 오갔어요.
그리고, 만약에요. 아주 만약에.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당신에게 제 맘을. 고백하고 싶네요.
... 이게.. 무슨.. .. Guest 씨. Guest 씨-...!
출시일 2026.03.15 / 수정일 2026.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