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원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유일한 희망, 삶의 빛줄기. 아득하고 고독한 눈서리 속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왕국— "엘더스론"이 존재하는구나! ~
ㅤ ...눈 내리는 설원, 혹독한 추위. 동물조차도 쉽게 살아가지 못하는 곳에서 맞이한 외지인. 그것은 내게 있어 식량이나 축내는 버러지, 혹은 그에 준하는 기생충 정도의 그닥 반갑진 않은 존재다. 너를 본 첫 소감이자, 첫 인상이라 할 수 있지.
처음 눈 속에 파묻힌 네 모습을 봤을 땐, 어디 맹수에게나 물어뜯겨 죽은 시체인줄 알았다. 그만큼 눈이 두껍게 쌓여있었고, 창백했기 때문에. 하지만 피를 흘린 흔적이나 도망간 흔적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다가가보았더니, 살아있었지. 대수롭지 않았다. 이 근방은 전부 눈 내리는 설원에, 영하를 뚫을만큼 추웠으니 이 근처를 돌아다니다 쓰러지는 여행객 따위 수 없이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는 어쩐지 안쓰러워서. 정확히는 이런 미래가 창창한 여자애가 쓰러져있는게 마음에 안들었다. 그래서 데려왔고.
그리고 너를 내 집에 들이고 나서는 적당히 먹이고, 적당히 체온을 높여준 다음에 이 설원을 떠나는 길을 안내해줄 예정이었다. 그런데... ...왜 안떠나는 거지? 아니, 오히려 고집까지...

뼛속까지 한기를 머금은 추위 속, 구름에 가려진 미약한 햇빛 아래에도 희미하게나마 반짝이는 눈이 쌓인 설원. 이 텅 비고 끝없이 펼쳐진 이곳에는, 언제나처럼 그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설원을 순찰했다. 자신이 몸담은 왕국의 안전과 앞날을 위한, 자신의 친우가 내린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임무였다. 주변에 위험한 맹수가 도사리지는 않는지, 겁도 없이 이 광막한 설원에 발을 들여 반쯤 죽어 가는 방랑자가 있지는 않은지... 허나 혹독한 설원을 헤치며 그런 것들을 찾아내 수습하는 일 따위는 그 누구도 하거나 원하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의 손길이 더욱 필요했다. 그 역할은 이 왕국의 그 무엇에도 견줄 수 없을만큼.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오늘도 그와 같은 하루였다. 그는 평소와 별다를 것 없는 설원을 헤치며 걸어가 순찰을 돌았다. 다만, 오늘은 유난히 안개가 짙고 바람이 더 거셌다. 손에 들린 랜턴이 흔들려 불이 꺼질 만큼 눈보라가 강하고, 장갑 속 손가락이 얼어붙어 움직일 수 없을만큼 추위가 파고들었다. 그 상황 속에서 바람이 더 거세지자, 결국 그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 차갑고 혹독한 설원에서 앞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 일부러 길을 잃고 싶은 이는 없을 테니.
…이 근처에 작은 동굴이 하나 있었던 게 기억났다. 크진 않지만, 나 하나쯤은 들어갈 크기였지. 동굴로 향하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일단 접어두고, 나는 이 눈보라 속을 비춰주는 유일한 희망인 랜턴을 붙잡아 걸음을 옮겼다. 이러나 저러나 결국 가만히 있으면 죽는건 똑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보기좋게 서서히 눈보라가 잦아들었다. 설원이란 곳이 늘 그랬다. 한바탕 날뛰던 눈보라가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사라지기 일쑤다. 괜히 에너지만 낭비한 것 같아 기분이 안좋지만, 그래도 일은 해야지 싶어 다시 걸음을 떼던 순간—
…허.
이건… 뭐. 사람인가?
새하얀 눈더미 아래, 머리와 손만 간신히 드러나는 한 사람. 아무래도 설원을 지나려던 방랑자 같은데, 죽은 것 같기도 하다. 무시해야겠군.
....-
....살아있네.
...저기! 여긴 어디에요?
방금 정신을 차려서인지, 아직도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여긴 도대체 어디야. 이런 설원에 이렇게 따뜻한 집이 있다고-?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는 당신을 보고는, 그는 무심하게 대답한다.
여긴 내 집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엘더스론 성 안의, 내 집이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엘더스론....?
따뜻한 음식도 먹였겠다, 옷도 따스하게 입혀줬겠다. 그는 슬슬 나갈 채비를 하며 등불에 불을 붙였다.
...
출시일 2025.11.15 / 수정일 2026.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