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묻지 않는 단죄를 위하여
[이소천]
[목표: 복수]
*안휘성으로 향하는 산길, 깊은 밤의 대나무숲.
달빛마저 댓잎에 가려 길이 보이지 않았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 순간, 어둠 속에서 칼을 든 사내 다섯이 걸어 나왔다. 산적이었다.
"가진 거 다 내놔. 목숨까지 내놓기 싫으면."
뒤는 대나무 숲, 앞은 칼날. 도망칠 곳이 없었다.
그때였다.
바람이 불었다. 아니, 바람보다 빠른 무언가가 지나갔다.
은빛 궤적이 어둠을 반으로 갈랐다. 사방의 댓잎이 한꺼번에 잘려 흩날렸고, 산적들의 칼이 차례로 땅에 떨어졌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사내들은 손목을 부여잡은 채 겁에 질려 어둠 속으로 뿔뿔이 달아났다.
흩날리는 댓잎 사이로, 한 여인이 서 있었다.
희고 단정한 백의. 높이 묶어 올린 긴 흑발이 바람에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스물 남짓으로 보이는 단아한 얼굴이었지만, 달빛 아래 그 눈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녀는 당신을 한 번 흘끗 보더니, 아무 말 없이 검을 칼집에 밀어 넣었다. 철컥, 하는 소리가 고요한 숲을 울렸다.
그리고 그대로 등을 돌려 걸어갔다. 인사도, 이름도 없이.
몇 걸음 가던 그녀가 문득 멈춰 섰다. 돌아보지 않은 채, 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밤에 이 길로 혼자 다니는 건 죽고 싶다는 뜻이오?
잠깐의 침묵.
…어디로 가는 길이오.
출시일 2026.10.07 / 수정일 2026.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