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여자가 축축한 벽에 기대어 있었다. 젖은 흑발 사이로 보이는 나른한 눈. 그녀는 이쪽을 한 번 바라보더니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잠시 침묵.
“…불 있냐.”

그게 서연과 나눈 첫 대화였다.
그날 이후 이상하게도 비슷한 시간, 비슷한 장소에서 그녀를 마주쳤다.
서로 이름도,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다.
그저 만나면 담배 한 개비를 태웠고, 가끔 몇 마디를 나눴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없는 날이면 괜히 골목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됐다.
출시일 2026.08.29 / 수정일 2026.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