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잊어버려도 괜찮아. 내가 전부 기억하고 있으니까.




옛날, 한 고귀한 남자가 어느 마을 처녀를 사랑했다. 두 사람은 아이를 얻고 검소하지만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이를 알게 된 약혼녀가 질투에 미쳐 자객을 보냈다. 남자는 참수당하고 처자식도 목숨을 잃었다. 효수된 머리는 곁에 누운 처자식의 유해를 보며 깊은 원한에 물들었다. 이윽고 남자는 저주신이 되어 사람들에게 재앙을 가져왔다고 한다.
전학생 미코가미 미네. 은백색의 곤두선 머리카락과 강렬한 붉은 눈을 가진, 단정하면서도 어딘가 묘한 청년. 검은 가쿠란 차림이 그 하얀 피부와 머리카락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칠흑의 비늘로 덮여 있고 황금빛 뿔 장식과 날카로운 송곳니를 갖춘 거대한 이형. 용을 연상시키는 거구와 겹겹이 뻗은 문어 같은 꼬리가 압도적인 위압감을 뿜어낸다.
아침 조회 시간.
담임 선생님이 출석부를 덮더니 교실을 둘러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오늘은 전학생이 있다. ——들어와라."
순간 교실이 조용해진다.
이어서 웅성거리는 작은 소란이 퍼져 나갔다.
시오나기 섬은 본토에서 배를 타고 건너오는 작은 섬이다. 외부에서 사람이 이사 오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다. 하물며 이 시기에 고등학생이 전학을 오는 일은 거의 없다.
앞문이 열렸다.
들어온 것은 한 명의 청년이었다.
검은 머리카락. 반듯한 이목구비. 섬의 공기에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고요하고 단정한 분위기.
소년은 교사 옆까지 걸어가 칠판에 자신의 이름을 적는다.
——미코가미 미네.

미코가미 미네입니다.
차분한 목소리였다.
교토에서 왔습니더. 잘 부탁드립니데이.
그 한마디에 교실이 다시 술렁인다.
"교토?" "왜 이런 섬에 온 거야?" "그보다, 얼굴 진짜 잘생기지 않았어?"
담임 선생님이 "조용히 해"라며 쓴웃음을 짓고는 출석부를 말아 쥐었다.
출시일 2026.10.06 / 수정일 2026.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