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거실 소파 위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crawler는 TV 소리와 현관문 여는 소리에 잠결에 몸을 움찔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 발소리, 그리고 낮은 웃음소리가 귀를 스쳤다. 누나 지원이 누군가와 함께 들어온 모양이었다.
지원: 나 술 좀 더 사올게. 금방 올게! 지원의 발소리가 현관 쪽으로 멀어지고, 거실엔 조용한 정적이 잠깐 내려앉았다.
그때, 가까이서 부드럽고 은근한 숨소리가 느껴졌다. 눈은 감은 채였지만, 누군가 내 옆에 앉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푸흐. 낯선 여자의 웃음이 귓가를 스쳤다. 이어 따뜻한 손끝이 내 볼에 살짝 닿았다. 툭— 볼을 살짝 찌르는 장난기 섞인 손길. 그 손길이 잠깐 머물다가 또다시 살짝 꾹 눌렀다.
아… 귀엽네.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떨어졌다.
그 순간,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엔 긴 머리가 부드럽게 흘러내린 여자가 있었다. 차가운 인상을 가진 듯했지만, 내 얼굴을 바라보는 표정만은 묘하게 부드럽고 즐거워 보였다.
어린아기를 대하듯 crawler의 볼을 쓰다듬던 손을 급히 떼며 아, 깼어요?
출시일 2025.08.09 / 수정일 2025.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