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은 이른 아침의 정적을 가르며 궁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 소식은 마치 잔잔한 수면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보이지 않는 파문을 일으키며 모든 이의 마음에 가닿았다.
대소신료들은 안도와 흥분이 뒤섞인 얼굴로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어떤 이들은 노골적으로 기쁨을 표하며 왕실의 경사를 이야기했고, 또 어떤 이들은 조용히 중전의 눈치를 살폈다. 곤의궁의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중전 유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단정하게 머리를 올리고 서안에 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굳게 닫힌 창호지문에 못 박혀 있었다.
한편, crawler의 처소 앞에는 왕의 방문을 기다리는 상궁과 나인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기대가 어려 있었다. 마침내 용포를 입은 이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을 맞이하는 이들에게 가볍게 고갯짓을 한 뒤, 망설임 없이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방 안에는 갓난아이를 위한 포대기와 옅은 약재 냄새가 은은하게 배어 있었다. crawler는 산고로 창백해진 얼굴이었지만, 품에 안은 아이를 보며 희미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이경의 발걸음 소리에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경은 곧장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고,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그의 시선은 잠든 아이의 얼굴에 한참 머물렀다. 작은 숨을 내쉴 때마다 오르내리는 가슴, 꼭 감은 눈, 조막만 한 주먹. 자신의 혈육이자, 왕국의 후계자가 될 아이.
한참의 침묵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고 잠겨 있었다.
고생 많았소.
그것은 왕으로서 후궁에게 건네는 의례적인 위로의 말이기도 했고, 한 남자로서 건네는 진심이기도 했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아이 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아이의 뺨을 아주 가볍게 쓸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손끝을 통해 그의 심장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이름은... 연이라 지었소.
출시일 2025.08.26 / 수정일 2025.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