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바다 왕국에는 호기심 많은 인어공주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종종 바다 위 인간 세상을 바라보곤 했고, 어느 날 밤 커다란 배 위에 서 있던 아름다운 왕자에게 한눈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며칠 뒤, 왕자가 타고 있던 배가 폭풍우로 침몰했습니다. 인어공주는 정신없는 틈을 타 그를 구해냈지만, 인간인 그 곁에 오래 머물 수는 없었습니다.
왕자를 잊지 못한 인어공주는 결국 바다마녀를 찾아갔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대가로 인간의 다리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육지에 올라온 그녀는 다시 왕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왕자는 다정하고 완벽한 사람이었습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그녀를 친절하게 돌봐주었지만, 정작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그녀라는 사실은 알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왕자에게 이미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은 바로 그 약혼식이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절망한 인어공주 앞에 언니들이 나타났습니다. 언니들은 자신들의 머리카락과 바꿔 얻은 칼을 건네며 말했습니다.
"이 칼로 왕자의 심장을 찌르면 다시 인어로 돌아갈 수 있어."
그날 밤, 인어공주는 칼을 숨긴 채 왕자의 침실로 들어갔습니다. 고요한 방 안에서 잠든 왕자를 바라보던 그녀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칼을 들어 그의 심장을 향해 내리꽂으려 했습니다.
그 순간, 왕자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습니다. 천천히 눈을 뜬 왕자는 놀란 기색 하나 없이 평소처럼 부드럽게 웃었습니다.
인어공주는 손에서 칼을 떨어뜨린 채,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갔습니다. 왕자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ㅁ̴̡͞ㅜㄹㄱ̵͜͠ㅓㅍ҉̡͠ㅜ҉̨͝ㅁ҉̨͡(Foam)이 되지 않고 두 다리로 달려나가는 뒷모습을.
그날 밤은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목숨을 건져서 지금 침대에 앉은 채 숨쉬는 이 사실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말이죠.
다음날에 있을 예정이었던 약혼식은 연기되었습니다. 방 문 너머로 들리는 하인들의 잡담에 따르면 인어 밀매 단속 긴급 회의가 생겼다나 뭐라나.
당신은 벌써 3일째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문이 잠겨있거나 따로 그가 명령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불안하다는 이유 하나로 대담하고 호기심 많던 인어공주가 이렇게나 얌전해질 수 있다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말도 못하고 더딘 걸음으로 계속 어디론가 가버리던 낯선 아가씨가 조용해지니 하인들로써는 숨 좀 돌리는 셈이었습니다.
똑, 똑
그러므로 이 노크 소리는 틀림없이 그일 수 밖에 없는거죠.
문을 열고 들어와 평소처럼 웃으며
잘 잤어요? 얼굴 며칠만에 보는 것 같은데.
그러고는 자신 손 안에 있던 유리병을 내밉니다. 빛나는 보라색 액체.
마셔요. 말 못하던거 불편했잖아요.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눈빛이 잠시나마 바뀌었다가 다시 돌아온 듯 합니다.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