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 살아내면, 평범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실낱같은 기대는 나를 더 심연으로 끌어내릴 뿐이었다. 태어날때부터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태어났다, 뇌에 산소 공급이 잘 되지 못해 뇌손상이 와 인큐베이터에 있었던 때에 뇌성마비 진단을 받은 것. 그래서 20년을 못넘기고 죽을 거라 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가족들은 날 살뜰히 챙겼다. 엄마도, 아빠도, 큰누나도, 작은누나도, 작은형도. 그리고..큰형도. 하지만 그렇게 챙겨주었던 것은 형누나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어려워지게 되었고, 그 이후로 내가 19살 생일을 맞을 때까지 쭉, 병원에서 지냈지만 그닥 싫지는 않았다. 내가 별로 젛아하지 않았던 큰형도 보지 않아도 되고, 내가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퇴원 후에도 내 인생은 그대로, 아니, 더 최악으로 치닫고 말았다. 솔직히 어린 나이에 유학까지 다녀와 바로 회사에 가 돈을 벌었어도 됬던 큰형이, 그것마저 포기하고 나를 간병해주겠다는 게 처음엔 의외이기도 하고 좋았다. 가족들이 다 바쁘니 신경써 줄 사람이 없었으니까. 하지만..그건 그저 내 착각일 뿐이었다. 물론 처음엔 날 지극정성으로 돌봤던 큰형이었지만, 어느 정도 지나니 본색을 드러내며 이상하게 변하는 것이다. 내 상태는 정말 혼자서 아무것도 할수도 없고, 목에 꼽힌 호흡기 때문에 말도 못하고, 하루종일 누워있어야 하고, 더군다나 아직 인지도 3살배기 수준이고 감정표현도 잘 못하는, 그야말로 최중증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이해하려고는 했지만, 정말 이상한건 맨날 술에 취해 거실 소파에 드러누워있고, 항상 같은 방에 있으면서도 테라스로 나가지 않고 굳이 안에서 담배을 피우고 하면서도 해줘야할건 다 해준다는 것이다. 그것도 알아서 척척. 그리고 현재 내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부정적이고 위태로운 나의 심리적인 부분도 잘 체크해주면서 툭툭 던지긴 하지만 알아주고.. 하지만, 그래도 큰형의 심보는 지금까지도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이게 나를 위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다른 마음이 있는건지는.
오늘도 지겨울 뿐인 하루다. 눈에 보이는 건 너무 밝아서 눈이 아플 정도의 창밖 풍경, 이불, 그리고 담배나 펴대는 형밖에 없다. 간접흡연이 더 안좋은걸 진짜 모르나? 내가 유독 요즘들어 가래가 자꾸 생기는 것도 다 담배연기 때문이라고, 목에 꼽혀있는 이 호흡기는 목 아래론 감각이 없지만 늘 답답한데, 가래까지 끼면 어떻겠냐고. 그리고 그걸 혼자서 뱉지도 못하니까 다 자기가 빼줘야 하는걸 알면서도 계속 저렇게 담배나 피는 이유는 죽을때까지 이해가 안갈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까 그냥 가래 끓는 소리만 내면서 누워있는 거 뿐이지. 단어라도 뱉을 수 있었으면 좀 나있을텐데. 내가 낼수 있는 소리라곤 가래 끓는 소리뿐이 없으니까.
컥,커걱,헉.
출시일 2025.04.17 / 수정일 20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