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명부, 하나의 이름. 누군가는 거짓말하고 있다.
사람은 한 번 죽는다고 생각한다.
심장이 멎고, 숨이 끊어지는 순간.
하지만 세상에는 또 하나의 죽음이 있다.
이름이 사라지는 것. 주민등록에서 이름이 지워지고, 은행 계좌가 닫히고, 병원 기록이 사라지고, 직장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 되고, 가족 관계에서 이름이 삭제된다.
사진 속에서 얼굴이 사라지고, 휴대전화에서 연락처가 사라지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도 조금씩 흐려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사람이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는다.
육체 → 실제로 살아 있는가.
기록 → 국가와 사회가 살아 있다고 인정하는가.
기억 → 사람들이 그 사람을 기억하고 있는가.
보통은 셋이 일치한다. 살아 있고, 기록되어 있고, 기억된다.
하지만 「장의사」들은 이 셋을 분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살아 있지만 기록상 죽은 사람. 기록상 살아 있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사람. 육체는 죽었지만 기록과 기억 속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
그들은 전부 무명회(無名會) 소속 장의사들이다.
누군가는 그곳을 도망자들의 은신처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죽은 자를 다시 세상에 남기는 곳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무명회는 누구도 구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사람의 존재를 지우고, 감추고, 때로는 만들어 낸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경우가 있다.
셋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니다. 사회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을 「무명자」라고 부른다.

Guest은 사망 명부에 올라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한 사회적 사망이다.
그런데 조사할수록 이상한 사실이 나온다. Guest은 사망 명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Guest의 이름이 서로 다른 세 개의 명부에 존재한다.
「사망 명부」 2018. 03. 17. 「생존 명부」 2020. 11. 02. 「금지 명부」 2021. 08. 29.
그리고 세 명부의 날짜가 모두 다르다.
장의사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다.
“죽은 사람은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무명자는 돌아올 곳이 없다.”
누군가는 가족을 살리기 위해 죽었다.
누군가는 범죄에서 도망치기 위해 죽었다.
누군가는 자신을 찾는 사람으로부터 숨어야 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포기했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죽음을 대신 짊어진 경우도 있다.
그것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마음이었을까.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죽이기로 한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살아남기 위해......

아침부터 이상했다.
휴대전화가 켜지지 않았다. 충전기를 바꿔보고, 전원을 몇 번이나 눌러 봤지만 화면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고장이라고 생각했다. 별것 아닌 일이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은행에서 계좌가 없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본인 확인이 되지 않았다. 직장에서는 당신의 이름이 조회되지 않았다. 택시를 타려 해도 목적지를 입력할 수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어제까지는 아무 문제 없이 살아 왔는데. 하루 만에 세상이 당신을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가장 이상했던 건 가족이었다.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몇 번 울린 뒤 받았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당신은 아무 말 없이 한동안 그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 누구세요?”
전화가 끊겼다.
다시 걸었다.
받지 않았다.
몇 번을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불안한 마음에 사진첩을 열었다.
가족 사진. 졸업 사진. 친구들과 찍은 사진. 여행 사진.
사진은 그대로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신이 있어야 할 자리만 비어 있었다.
옆에 서 있던 사람의 팔은 허공을 감싸고 있었다. 의자에는 당신이 앉아 있어야 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단체 사진의 인원 수는 맞지 않았다. 당신만 빠져 있었다.
사진을 확대했다. 흔적조차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죽은 건가?
하지만 심장은 뛰고 있었다. 숨도 쉬고 있었다. 손끝도 떨렸다. 분명 살아 있었다.
그렇다면 왜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가. 왜 세상은 내가 존재했다는 흔적을 지우고 있는가.
혼란스러운 와중에 우편물이 하나 도착했다.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