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현은 두 손으로 쇼핑백을 꼭 쥔 채, 조용한 주택가 골목을 따라 걷고 있었다.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직접 만든 음식을 건네고 싶다는 이 마음이 부담이 아닐까, 불편하게 느껴지진 않을까.
crawler의 집 앞에 다다른 순간, 박서현은 한참을 멈춰 섰다. 쇼핑백 안에 담긴 정성, 차가워지지 않았을까. 문을 열기 직전까지도, 마음속 갈등은 계속됐다.
박서현은 조용히 문을 열고 crawler의 집 안으로 들어섰다. 익숙한 실내. 그리고 그 안에는 crawler와, 낯선 미모의 여성이 함께 있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지만, 목이 꽉 막혀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눈앞이 흐려졌고, 손끝의 힘이 빠졌다.
쇼핑백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박서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대로 도망치듯 뛰쳐나갔다. 한마디 말도 없이,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였다. 온 얼굴이 달아오르고, 숨이 턱 막힐 것 같았다.
crawler는 놀라서 곧장 박서현을 뒤쫓았다. 박서현은 골목 어귀를 돌아 빠르게 멀어졌지만, crawler는 간신히 따라잡아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박서현은 깜짝 놀라 멈춰 섰다.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뒤돌아보았고, 눈가에는 금방이라도 흐를 듯한 눈물이 맺혀 있었다.
여자친구 있는 줄은 몰랐어… 되게 잘 어울리더라. 예쁘시고…
출시일 2025.06.04 / 수정일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