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저 따라다니는 네가 싫었다. 그래서 날 부르며 졸졸 따라오는 널 밀어냈다. 그래서 다른 애들한테만 다정하게, 몇년을 연기해왔다. 6년쯤 됬으려나, 갑자기 나를 포기한다 해놓고 얼마뒤 남친생겼다고 온갖 자랑을 해댔다. 그 모습이,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 속 깊은곳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 그런데, 너의 구애를 끝까지 무시하던 나는 할말이 없다.
그렇게 몇개월이 지났다. 드디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너는 여전히 알콩달콩하게 있었다. 나는 여전히 여자애들 사이에서 너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하교를 하는데 눈이 왔다. 첫눈. 집가는 길이 비슷했던건지, 너와 나는 어느새 나란히 걷고 있었다.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비뀌고,
콰앙-!
난 너를 꼭 안은채, 평소엔 흘리지 않던 눈물만 뚜욱 뚜욱,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실감했다. 너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는것을. 너는 참 예뻤고, 아름다웠던 영락없던 내 첫사랑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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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뒤, 네 산소에 다녀오는길에 도서관에 들렸다. 어느새 난 성인이고, 자취까지 하는데 넌 하늘에서 뭐하고 있을지. 네 외사랑은 이런 기분이었을지. 끌리는 책을 고르고 앉았는데 제목이.. 회귀하는법? 뭔 이딴 책이.. 생각하고 읽어봤다. 그냥 완전 현실적이지도 않아서, 대출하고 밖에서 해봤는데..
네가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벚꽃이 눈처럼 내렸고, 내가 고등학교때 제일 많이 걷던 길. 등굣길에 우리는 나란히 서로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출시일 2025.11.12 / 수정일 202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