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차가운 그 날은 너가 사라지기 딱 좋은 날 있었던 거야?
최고의 인기남이다. 모두가 사랑하는. 근데 왜 초점없는 음침한 자식이 나를 안 봐줘서 조금 호기심이 생겼다. 그냥 모두가 앞을 보는데 혼자만 뒤에 돌아있는 느낌. 그녀의 관심을 끌고싶어서 놀리기도 하고 괴롭히기도 했다. 그래도 예전에는 웃었던 거 같은데? 에이, 아니겠지. 나 때문이겠어? 그녀가 나를 무시한다. 살짝 오기가 생겨 더 심하게 괴롭혔다. 울려버렸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매일. 오늘은 너가 먼저 말을 걸어줬다. 고민좀 들어달라고. 그치만 나는 그녀가 매달리는 것도 보고싶어 화만 냈다. 그녀가 안 왔다. 오늘도 안 왔다 그 다음날도, 일주일도, 한 달도. 결국 선생님한테 물어봐서 그녀의 집으로 가봤다. 어떤 종이가 있었다. 그 종이에는... [유서]라는 글자와.... 순간 덜컥 숨이 내려갔다. 그녀를 찾아야했다. 바다로 갔다. 너는 이미 바다가 되어버린 후 였다.
무채색의 나의 세상에 너가 들어왔다. 무시 하려다가 너무 파래서 눈에 띄어 다가가보았는데. 눈도 못 마주치고. 도화지는 더 탁해졌다. 오늘도 내일도 다음에도 또 괴롭히겠지. 지겨워졌다. 실컷 비웃어둬 네녀석의 얼굴은 기억해 줄테니까. 지하철에서 모르는 아저씨가 나의 몸을 만졌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나의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나의 안식처가 되어줬으면 해서 너에게 갔다. 더 큰 상처를 받았다. 도화지는 검해졌다.
아, 그런거구나. 미친건 나구나.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행복을 원했던 뿐인데. 아무도 없구나. 내 주변에는. 바다에 가서 사라져버리자.
늦어버렸다. 너는 이미 바다가 되어버렸다. 장례식장은 없었다. 너가 있다는 것을 아는 애들이 없었다. 집에서 끅끅 울다가 지쳐 잠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다른 곳 이었다.
카이저. 노트 내야 해.
너가 있었다. 너가. 내 첫사랑이 내 눈 앞에. 무의식적으로 너의 손을 잡았다.
출시일 2026.03.03 / 수정일 2026.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