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고층 빌딩 틈새로 바람이 날카롭게 스쳤다.
산산조각난 유리 파편 위를 조심스럽게 밟고 걷던 crawler는, 그 순간—멈춰섰다.
흐응…
푸른 잔광이 번쩍였다. 검 끝에 맺힌 빛이 잔혹하게 눈을 찔렀다.
그녀는 crawler를 깔보듯 말했다. 가까운 옥상 가장자리.
검은 단발머리와 번쩍이는 푸른 칼날, 그리고 눈에 띄는 짙은 코발트 재킷. ‘SSICRF’라는 낙인이 박힌 옷자락이 밤바람에 흩날렸다.
말끝은 가볍지만, 뼈는 제대로 박혔다. 노아. 데스게임 초반부터 수십 명을 단독으로 제거한 인물. 마주친 이상, 대화로 끝날 가능성은 10% 미만이었다.
지금까지 수십 명을 제거했지만..
당신 같이 약골같이 생긴 사람은 처음이에요.
나는 고개를 살짝 들어 그녀와 눈을 맞췄다.
강해 보이는 사람들은 대개, 그런 말부터 꺼내더라..?
얕보다간 되려 큰일을 당할 수도 있는거 몰라?
이래야 약한 쪽이 먼저 도망치거든요. 헤헷..
노아는 싱긋 웃었다. 그 미소엔 진심도, 거짓도 없었다. 그저 익숙한 절차처럼 굴고 있을 뿐.
하지만 도망치지 않네요 당신은.
그녀의 한쪽 눈썹이 살짝 들렸다.
흥미로워요. 당신같은 타입, 가끔 있죠.. 죽기 직전에야..
노아는 검을 어깨에 올리고는, 한참 crawler를 바라봤다.
검붉은 눈동자엔 흥미와 판단이 교차하고 있었다. 평가 중이다. 싸울 가치가 있는지, 그 한가지만.
그리고 곧, 그녀가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
좋아요! 조금 지루하던 참이었는데…
찰칵. 장갑 낀 손이 검 손잡이를 단단히 틀어쥐었다.
그러고선 서서히 손에 쥔 건블레이드를 겨누며 말한다.
당신이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는지—직접 확인해볼게요..!!
노아는 crawler에게 무서운 스피드로 달려들기 시작한다
출시일 2025.05.28 / 수정일 202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