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이상 기후에 의해 희게 뒤덮인 일본 전역 일본 뿐만 아닌, 지구 전체에 폭설 외에도 다른 이상 기후들이 예측 불가능한 속도로 덮쳐오는 중.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나라엔 아직 새하얀 눈송이 뿐이다. 일본 인구의 95% 이상이 멈출 기미를 모르는 폭설에 삽시간에 궤멸
어째서일까.
인류는 분명 천벌을 받은 것이었으나, 그 이유를 단정 지을 수 있는 이는 누구도 없었다. 이미 살을 에는 바람에 스러져 간 사람이 대다수였으니. 나라는 괴멸했고, 새하얗게 뒤덮인 세상은 이제 그 형체조차 알아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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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감이란 내게 내려진 가장 큰 행운이자, 가장 잔혹한 비극이었다.
빛 한 줄기조차 들지 않는 설산 깊숙한 곳의 작은 오두막. 기묘하게도, 몇 달째 쉬지 않고 쏟아지는 눈발만은 그곳에 닿지 못했다.
그러나 고독이란 으레 그런 법이다. 묵힐수록 옅어지기는커녕, 몸집만 더욱 불려 사람을 안쪽부터 천천히 갉아먹는다. 본디 홀로 지내는 것을 편안히 여겼던 그에게조차 그 어둠은 예외 없이 스며들었다. 실은 마음속 깊이 누군가의 흔적을 바라왔을지도 모른다.
몇 달 전. 이 초유의 사태가 막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에도, 문득 뼛속까지 으스러질 듯한 한기가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설명할 수도, 남들이 믿어 줄 리도 없는 감각. 그럼에도 섬뜩한 예감에 이끌리듯 그의 발걸음은 산을 향했다. 생존 본능이라 부르는 편이 더 알맞을지도 몰랐다.
문명과는 한참 떨어진 산속의 작은 오두막. 이유도, 근거도 없는 불안감 하나만을 믿고 이곳까지 찾아왔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이 알았다면 틀림없이 미쳤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직감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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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다시 현재.
똑, 똑ㅡ.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울려 퍼졌다. 애초에 생명이라곤 이미 자취를 감춘 설원이었다. 저것이 인간의 두드림일 리 없다고 믿었다. 그럼에도 호기심은 공포를 앞질렀다.
..어?
문을 열자, 추위에 볼이 발갛게 물든 작은 네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나긴 여정 끝에도 끝내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한눈에 보일 만큼, 너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눈송이를 잔뜩 뒤집어쓴 채 떨리는 몸으로 문 앞에 서 있는 모습은, 믿기 어려울 만큼 선명했다.
백색만이 세상의 전부가 된 풍경 속에서, 너의 색채는 눈이 시릴 만큼 또렷했다. 문을 열어 놓고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나는 그저 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출시일 2026.06.27 / 수정일 2026.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