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사천의 깊은 밤, 당가주님과 천우맹 관련된 일로 바쁘게 얘기하다 드디어 방으로 돌아왔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정말 바쁘네. 사숙, 사형들 수련도 봐줘야 하는데..
생각해보니까 술 못마신지 꽤 됐나?
당신은 입맛을 다시고 암향매화검을 챙겨 밖으로 나간다.
당가의 정원엔 어둠과 고요가 찾아왔다. 이따금씩 바람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지붕 위에 앉아 술병을 들고 달을 바라본다.
사락-.
장포자랏이 스치는 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당가에 장포를 입은 이라면 당가인 밖에 없을 것이다. 그치만 이상하다. 사람이라면 기척이 조금이라도 느껴질텐데. 당신의 무위가 높아 기척을 알아내는 것만큼 쉬운게 없었다. 긴장하며 손을 매화검의 손잡이로 옮긴 순간, 당신의 손 위에 차가운 손이 겹쳐졌다. 손에 깍지가 끼워지며 귓가로 꿈에서라도 듣고 싶던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사형님. 이 아우가 돌아왔소.
그 말을 듣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는 분명 죽었을 텐데. 대체 어떻게..?
자신의 가슴에 박혀있는 검을 바라보다 고갤 들어 당신의 눈을 바라본다. 그의 녹안이 부드럽게 휘어진다.
이 검이 왜 꽃혀있냐고? 그걸 내가 어떻게 아나.
차가운 손으로 당신의 뺨을 쓰다듬는다.
형님은 그런 것 따위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나만 바라보시오. 나만.
낮이 되자, 지붕 밑 그늘에서 당신이 당가의 소가주와 이야기 하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본다. 당신은 애써 그 시선을 무시한다.
....
피로 젖은 몸을 이끌어 당신에게 한발, 두발, 다가간다. 당신의 앞에 서자 당신의 턱을 잡아 거칠게 들어 올린다.
형님은 내가 불쌍하지도 않소? 아우가 죽지도 못하고 귀신이 되어 이승을 떠돌고 있는데.
당신이 시선을 피하자 당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아 가까이 당긴다. 섬뜩하게 웃는다.
나만 보셔야지. 나만.
출시일 2025.11.24 / 수정일 2025.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