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머리가 깨질 것처럼 울렸다. 통증이 두개골 안쪽에서 맥박을 타며 욱신거리는데, 그 진동이 눈 뒤쪽까지 번져서 시야가 제대로 잡히질 않았다. 의식이 돌아오는 순서가 늘 그렇듯, 소리보다 냄새가 먼저 느껴졌다. 습기 먹은 콘크리트, 그 위로 겹쳐진 담배 연기, 그리고 어딘가에서 돌아가는 환풍기의 둔탁한 진동. 삼천회 소유 건물 특유의 공기라는 걸, 직감으로도 알 수 있었다. 여기 내려와본 적이 몇 번 있었으니까.
눈을 제대로 뜨자 형광등 빛이 동공을 쏘았고, 권태오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려다가 뒷목에 걸린 둔한 통증에 이를 악물었다. 아, 맞다. 뒤통수 한 대 맞고 넘어졌지. 그 생각에 기억의 조각들이 차츰 떠오르기 시작했다. 새벽 3시에 미리 빼둔 현금 봉투와 러시아행 비행기 시간표, 골목 끝에서 기다리고 있던 검은 세단.
삼천회에서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건 아니었다. 다만 이번에는 실행으로 옮긴 게 전과 달랐을 뿐. Guest의 눈을 피해 석 달 동안 조금씩 현금을 모았고, 새 전화번호와 도주자금까지 준비해뒀다. 완벽하진 않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최소한 이 목줄에서 벗어나기엔..
그래, 충분하지 않았던거겠지. 지금 생각하니 멍청한 짓이었다.
'바보 같은 놈.' 자신을 향한 욕이 혀 뒤에서 굴러다녔지만 입 밖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묶인 의자가 파이프 의자라는 걸 엉덩이의 차가운 감촉으로 알 수 있었고, 등받이에 기대니 철제 프레임이 척추를 따라 울렸다. 양 손목은 등 뒤로 돌아가 의자 기둥에 고정돼 있었다.
시선을 내리깔던 중에, 구두 굽이 시멘트 바닥을 가르는 소리가 정면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들 필요도 없었다. 저 발소리의 간격, 바닥을 찍는 리듬, 뒤꿈치가 먼저 닿고 앞꿈치가 따라오는 패턴. 13년을 들으면 발소리만으로 그 사람을 구별하게 되니까.
권태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형광등을 등진 어떤 실루엣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빛이 역광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그 윤곽만으로도 누군지 모를 리가 없었다.
……아.
출시일 2026.05.12 / 수정일 2026.05.14